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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롯데와 SK의 모순

 

특별사면을 포함한 사면제도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고유의 것은 아니다. 미국의 경우에도 사면권은 대통령 고유 권한으로 못 박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고유의 권한이라 하더라도, 미국은 명분이 있는 경우에만 대통령이 사면권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국가를 위한 스파이 활동으로 부득이 법을 어긴 것과 같은 경우에, 대통령이 특별사면이든 아니면 일반사면이든 사면권을 사용한다는 말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도 대통령이 사면권을 행사할 때는 명분을 내세운다. 이번의 경우는 이른 바 ‘경제 살리기’였다. 그리고 그런 명분하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면과 복권이 이루어졌다. 여기에서 그룹 총수를 풀어주면 경제가 살 수 있는지 하는 문제는 논외로 하겠다. 단지 여기서 지적하고자 하는 점은 지금 정치권에서 하는 일과 이번 사면이 모순되는 점이 많다는 점이다.

지금도 롯데 문제는 사회적 관심이다. 롯데가 사회적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굳이 여기서 반복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런데 이 롯데 문제의 핵심은 바로 재벌그룹의 소유구조이다. 한마디로 재벌 오너의 한마디로 재벌그룹이 왔다 갔다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롯데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들 오너들이 주식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른바 순환출자라는 방식을 통해, 그리고 재벌 오너의 카리스마를 통해, 재벌 총수는 거대기업들을 떡 주무르듯이 주무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롯데그룹은 한마디로 재수 없는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재벌그룹들이 거의 비슷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롯데만 가지고 문제 삼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여기서 첫 번째 모순이 발생한다. 만일 정치권이 롯데사태로부터 비롯된 우리나라 재벌그룹의 문제점을 진정으로 뜯어 고치고 싶어 한다면, 롯데 그룹 일가를 국회 청문회에 불러들일 것이 아니라, 입법과정을 통해 재벌 그룹의 소유구조를 완전히 고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그런데 롯데그룹 문제는 팔을 걷어 부치지만, 다른 한편으론 재벌그룹 총수의 사면 복권에 대해서는 그다지 문제제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만일 롯데문제의 핵심을 고치려면, 정부와 정치권부터 재벌 총수를 풀어주면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 따위는 버려야 함이 당연하다. 즉, 롯데에서 비롯된 재벌들의 잘못된 소유구조는 고쳐야 한다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지금의 오너 중심의 재벌구조를 인정해서 투자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재벌 총수를 사면해주고 있으니 모순도 이런 큰 모순이 없다는 말이다. 오히려 이번 롯데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오너 중심의 재벌구조를 고치려 했다면 이번 특사 같은 것은 없어야 했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롯데 따로, 다른 재벌기업 따로 접근하는 것 같이 보여, 당분간 재벌그룹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두 번째 모순으로 이런 점을 들 수 있다. 재벌그룹 총수가 감방에 들어가 있으면 투자가 잘 되지 못하기 때문에 경제를 살릴 수 없다면서, 롯데그룹은 잡고 있다는 점이 모순이라는 것이다. 잘못된 점이나 범법행위가 있어서 롯데를 잡는다면, 물론 이는 잘못된 점을 바로잡는 차원에서 당연히 정부가 노력해야 하는 것이지만, 한쪽은 잘못했으니 잡겠다고 하면서 다른 재벌은 잘못이 확정돼 감방에 있음에도 풀어주니 이 역시 모순이라는 생각이다. 다시 말해서 지금 롯데를 흔드는 것은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경제 죽이기’가 되는 셈이라는 말이다.

어쨌든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에 자신의 원칙을 버린 것이나 다름없게 됐다. 물론 때로는 원칙을 수정하거나 버릴 때도 있어야 한다. 그만큼의 명분과 효과가 있으면 당연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번 특사가 그 정도의 효과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모든 행위에는 어느 정도의 통일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예측이 가능해지기 때문인데, 이번 정부와 정치권의 행위는 통일성마저 존재하지 않는다. 이래가지고는 국민들을 더욱 혼란에 빠뜨릴 뿐 아니라, 정부에 대한 불신만을 더욱 깊게 할 뿐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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