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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구칼럼]해방과 칠석

 

헤세는 9월이라는 시에서 여름이 마지막 길을 향해 몸서리치며 그의 고달픈 눈을 감는다고 노래했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해 한국의 여름의 끝은 더 이상 8월이 아니다. 나흘 전에는 일제강점 하에서의 광복독립 70주년을 맞았고, 내일은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칠석이다.

정확히 모르겠으나 408년 광개토대왕 때부터 내려오는 전설이라고 하니 그 시원은 아마 중국일 것이고 약 1천600주년 정도 될 것 같다.

이 설화는 이 계절에 두 별이 은하수를 가운데 두고 매우 가까워지는 현상을 보고 만든 이야기라고 전해진다. 직녀는 천제(한울님)의 손녀인데 길쌈을 매우 잘했다. 천제가 이를 예쁘게 여겨 은하수 건너편의 목동 견우와 혼인을 맺어 주었는데 이들 부부가 일도 않고 신혼의 달콤함에 빠져 있자 천제가 노하여 이들 사이에 은하수를 가운데 두고 다시 떨어져 살게 했다. 그리고 한 해에 칠월칠석날 하루만 함께 지내도록 했다.

그러나 은하수 때문에 칠월칠석날도 서로 만나지 못하게 되자 까막까치들이 이를 딱하게 여겨 머리를 이어 다리를 놓아 주었다. 이날 오는 비는 그들이 너무 기뻐서 흘리는 눈물이며 그 이튿날 아침에 오는 비는 이별의 눈물이라고 전한다. 견우와 직녀는 천제의 노를 사서 일 년에 단 하룻밤 해방과 만남의 기쁨을 맛보지만 다시 떨어져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속박의 장소로 간다. 흡사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연상시킨다.

이렇게 국토가 두 개로 나뉜 한은 온전한 해방이라고 할 수 없다. 8월에 여름이 눈을 감으면 당연히 와야 할 가을이 기후변화로 인해 10월에도 오지 못하는 것처럼, 8월에 해방을 맞고 9월에 당연히 왔어야 할 통일은 견우와 직녀사이에 은하수가 가로막듯이 만만가지 이유로 언제 올지 기약할 수도 없다.

얼마 전 이희호여사가 방북을 하여 여러 기관을 방문했다. 남북관계에 영향력 있는 분들의 행보는 과거부터 있어왔지만 국민들이 기대하는 만큼의 결과는 얻지 못했다.

고 정주영 회장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햇빛정책 등을 통해 한동안 경색되었던 남북관계가 진전되는 듯 했으나 얼마가지 못해 금강산관광이 중지되고 개성공단이 문을 닫고 말았다.

천안함, 연평도 사태로 국지전까지 발생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안타깝게 젊은 군인들이 생명을 잃었다. 통일을 저해하는 많은 은하수들이 다시 짙어지는 이즈음 이희호 여사의 방북은 개인의 북한관광방문이 아니라 칠석날 까마귀처럼 남북에 다리를 놓을 의도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행보와 관계없이 또다시 지난주에는 파주 비무장지대(DMZ)에서 북측의 목함지뢰 도발사건으로 인해 두 명의 군인이 크게 부상을 당하면서 남북관계는 완전 냉각되고 말았다.

예측할 수 없는 사태들로 인해 통일에 관한 그 어떤 주장과 이론들도 대부분 진부한 주장이 되고 말았지만 그래도 통일에 대한 희망을 잃어서는 안 된다.

형제 중에 더 부유한 자가 측은지심으로 가난한 형제에게 다가가는 것이 당연하다. 설사 그 형제가 터무니없이 떼를 쓰고 행패를 부린다고 해서 버려서는 안 되는 것이다. 롯데그룹 형제들의 다툼을 어떤 시민들이 측은지심으로 바라보겠는가.

앞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한국동란을 직접 겪은 남북이산가족 수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수처럼 점점 줄어들게 된다.

얼마 전에 초등학교 자녀를 둔 교수가 일일교사로 자녀 학교를 방문하여 1950년 6월 25일 발발한 한국동란 이야기를 하는 중에 한 학생이 ‘와, 대박! 선생님이 날짜도 기억한다’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으며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최근 정부와 기업이 한국사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사관과 어떠한 비판의식으로 역사를 교육할 것인지이다. 2차 세계대전을 발발했던 독일과 일본 두 나라의 현격한 역사인식 차이가 그 사례이다.

여전히 한국사 교과서 채택문제로 진보 보수 학자간의 대립이 있지만 국가는 세계정세 속에서 남북통일과 북한에 대한 시각을 정확하게 짚어 대책을 강구할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여전히 짙은 은하수가 남북을 가로막고 있고 이 둘 사이를 이을 까마귀들은 예전만큼 나타나지 않는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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