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숨n쉼]정조의 능행차와 과천 무동(舞童)답교놀이

 

지역문화에 대한 것을 이야기하면서 세계화를 언급하는 것은 그리 적절하지 못하다. 왜냐하면 지역의 문화자본이야말로 그 자체로서 고유한 문화로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역에서의 이야기 원천과 그것을 풀어가는 스토리텔링이 있다고 한다면 지역의 문화자본으로서, 문화 콘텐츠로서 지역에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신뢰(信)를 나누고 교류(通)하다’는 뜻으로 이백 수십 년간 에도시대 일본이 초청해 온 문화사절단 조선통신사가 있다. 서울, 부산, 쓰시마, 이키, 시모노세키를 거쳐 세토우치에 도착, 다시 도쿄까지의 긴 여정이 이어지는 조선통신사에는 조선의 정사, 부사를 비롯해 통역, 유학자, 화가, 승려, 기예 예능인, 행렬악대 등 큰 규모 일대는 500명이나 되었고, 일본 측은 숙소관리자, 요리사, 지방관리 등 총 2천여명이 이 행렬에 참가했다 하니 당시로써는 평생 한번 보기도 힘든 장관이었을 것이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조선통신사의 영향을 받은 흔적들을 살펴볼 수 있는 지역 축제들이 다수 있으며, 오카야마 우시마도(牛窓)에서 매년 10월 행해지는 ‘가라코’(唐子) 춤은, 옛 한복을 입은 듯한 마치 색동저고리를 입은 두 명의 어린이가 재롱을 피우는 모습은 흔히 과거 조선통신사들이 우시마도 지역에 큰 자취를 남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매년 조선 22대 국왕인 정조를 기리는 행사인 수원화성문화제가 매년 10월 수원화성행궁을 중심으로 개최되고 있다. 그 중에 백미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의 반차도의 옛 모습을 재현한 능행차 어가행렬과 정조의 모친 혜경궁 홍씨 회갑연을 재현한 진찬연이라고 할 수 있다.

정조는 그의 부친 사도세자를 기리기 위해 서울에서 화성 융릉까지 매해 정월이나 2월에 능행차를 다녀왔다. 한강에 배다리를 놓아 건너가는 능행차 행렬은 대단한 장관이었고, 그 당시 이를 지켜보는 조선의 국민들에게는 일대의 큰 볼거리였다.

정조의 능행차는 남태령을 지나는 과천 길과 안양 만안교를 거쳐 가는 안양천 길 두 방향이 있었다. 수원에서도 능행차 재현 행사가 개최되고 있지만 안양에서도 일부 재현되고 있다. 험난한 길이었던 과천에도 정조 능행차의 기록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고, 과천행궁이었던 온온사에서 능행차의 피로를 풀고 휴식을 취했던 정조의 모습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과천에는 정조의 효행을 기리는 지역문화가 오늘날까지 계승되고 있다.

과천 무동답교(舞童踏橋)놀이는 정조 때 선친인 사도세자의 억울한 죽음을 비통하게 여겨 왕께서 경기도 화산(화성)에 모신 묘소에 성묘하여 선친의 위령을 위안하고자 정조대왕의 능행차 거동이 자주 행해져서 그들을 위로하기 위해 정조 어가행렬 때 과천사람들이 무동답교놀이를 베풀어 정조 임금을 환영하고 또한 그 효행을 칭송하였다는데서 유래되었다. 그 후 과천의 고유한 민속놀이로 발전하여 공연되어지고 있다.

과천 무동답교놀이는 1980년대 초에 복원되면서 현재까지 과천지역에서 보전·유지되고 있으며, 경기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과천 무동답교놀이는 당나무 고사로 시작해 놀이패가 당나무 앞에서 삼배를 하며, 마을 사람들은 한해의 태평을 빌며 지신밟기를 한다. 지신밟기가 끝나면 우물고사와 다리고사를 지내고, 그 고사가 끝나면 마당에서 무동마당놀이를 한다.

올해 9월 17일부터 20일까지 개최되는 ‘제19회 과천누리마축제’ 폐막일인 9월 20일 오후 6시부터 과천 중앙로에서 개최되는 대규모 시민이 중심이 되는 참여 퍼레이드에서 과천 길 정조의 능행차와 과천 무동답교놀이가 재현된다. 과천만의 지역문화자본(문화원형)을 통한 ‘스토리텔링을’ 만들겠다는 시도로 이번 재현 행사를 통해 지역문화 콘텐츠의 원형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한 때 세계화, 글로벌라이제이션이라는 것이 하나의 문화 경제의 흐름으로 자리 잡은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세계화를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현지화가 되지 않아서 그 웅대한 세계화도 한계점에 도달하고 말았다. 문화자본을 바탕으로 한 지역문화와, 지역문화와 무관한 일반 소비재와는 다른 특성이 문화에는 반드시 존재한다. 문화에 있어서 글로벌은 정체불명이다. 지역 문화 콘텐츠 개발에 있어서 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고유한 문화를 소유하지 않는 사회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명백한 사실이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