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정준성칼럼]늘 싸우려고 드는 사람

 

어린 시절 시골 마당에 놀고 있는 닭들을 보고 있노라면 유독 사나운 닭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 닭은 가끔 주변 닭을 괴롭히는 싸움을 일으킨다. 뭐가 못마땅한지 다른 닭 주변을 빙빙 돌기 시작하다가 부리로 닭 한 마리를 냅다 쫀다. 놀란 상대 닭이 반사적으로 반항해 보지만 작심하고 달려들며 공격하는 닭을 당해내지 못한다. 날개를 푸드덕거리고 몇 개의 깃털이 빠지고 쪼인 벼슬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할 무렵 공격당한 닭이 결국 도망을 친다. 그러면 싸움을 건 닭은 도망가는 닭을 뒷마당까지 따라간다. 그리고 이내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고개를 세워 ‘꼬끼오’를 목청껏 외치며 돌아온다.

예나 지금이나 동네마다 이런 싸움닭과 흡사한 사람들이 한두 명씩은 꼭 있다. 동네 사람들과 갈등을 야기하며 사사건건 부정적인 생각과 시비로 타인을 공격하는가 하면 사리에 맞지 않은 일도 갖은 이유를 들어 우기기 일쑤다. 동네 모임에 이런 사람이 나타나면 분위기는 영 엉망이 되고 속된 말로 ‘파토’가 난다. 평소에도 하찮은 일로 주변사람과 시비도 다반사로 벌인다. 이럴 경우 으레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게 마련이다. 때문에 사람들은 그가 나타나기만 하면 ‘뭐가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냐’라며 슬금슬금 꼬리를 감춘다. 아예 상종을 안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한동네 살고 있는 관계로 또다시 부딪치고, 다시 후회하고.

이런 유형의 사람이 정도만 약할 뿐 우리 주위엔 의외로 많다. 심리학자들은 이들을 일명 ‘싸우고 싶은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리고 내면에는 유·소년기에 형성된 강한 트라우마가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해 경제와 정서적으로 어려워진 가정 내에서 나의 것이라 강하게 우기거나 싸우지 않으면 빼앗기는 상황, 빼앗길 수 있는 극도의 두려움, 아픔 등이 그것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크면 클수록 작은 갈등이나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서 예전의 시절로 퇴행하는데, 자꾸만 싸워서 내 것을 만들려는 욕망이 더 커진다고 한다. 이 같은 사실은 공동체에서 뿐만이 아니라 부부관계에서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그리고 곧잘 파탄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미국의 가정사역가 데이비드 알프와 클라우디아 알프 부부는 이 같은 사람들을 다음과 같은 유형으로 분류했다. 거북이, 스컹크, 카멜레온, 고릴라, 부엉이 등 사람들이 갈등을 유발시키는 태도나 해결 방식을 동물에 비유한 것이다. 내용을 보면 이렇다. 먼저 거북이형은 갈등에 부딪히면 뒤로 물러난다. 껍질 안으로 숨어서 문제를 회피한다. 갈등 원인이 자신 한테 있는데도 나 잡아먹어라 식이다. 스컹크형은 배우자가 기대에 못 미치거나 위협을 느끼면 말로 공격을 시작하는 유형이다. 말재주로 상대방을 나쁜 사람으로 만들고, 자신의 단점은 미화시켜 버린다. 대부분 조소와 경멸의 명수들이 이 유형에 속한다.

카멜레온형은 갈등을 주위의 색깔과 동화시키는 데 선수다. 흔히 물타기형이라 한다. 또 조용한 사람들 앞에서는 입을 다물고 말이 많은 사람들 속에서는 수다쟁이로 변한다. 주위 사람들과 같은 부류로 받아들여지고 싶은 욕구가 강해서 자신의 마음은 뒷전이다. 이런 유형은 잘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떠나기도 한다. 왜 떠났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고릴라형은 ‘승리형’이다. 이 유형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이겨야 직성이 풀린다. 가장 잘 쓰는 방법은 회유와 위협이다. 그러나 강인한 겉모습과 달리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안달복달하는 나약함도 갖고 있다. 부당한 대우와 상처 받았던 일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가 적절한 시점에서 상대를 공격한다.

마지막으로 부엉이형은 갈등도 합리적인 이론과 논리에 근거해 발생시키고 해결도 그 방식으로 하려 든다. 어떻게 보면 이성적인 것 같지만 해결하기까지는 인내와 고통이 따른다. 논리적으로 합의점을 찾아야 갈등도 풀리기 때문이다. 또 갈등에 부딪치면 그 문제에 관해서 기꺼이 토론할 의지를 보인다. 그러나 감정은 완전히 배제하고 사실만을 다루길 원한다. 아마도 가장 힘들고 어려운 유형이 아닌가 싶다.

사설이 너무 길었나? 어제 사흘간의 남북 간 고위급 협상 끝에 목함지뢰 도발 사건으로 촉발된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키는 데 합의했다. 그리고 1차 접촉 9시간 45분, 2차 회담 33시간 25분. 총 43시간 마라톤협상과 ‘무박 4일’ 회담이라는 기록도 남겼다. 앞서 지적한 모든 것을 겸비(?)한 북한과의 협상과정이 얼마나 어려웠나 짐작이 간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