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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의 世上萬事]국민의 애국심 일깨워준 젊은이들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로 인한 비상상황에서 전역을 연기한 장병들의 애국심이 아직도 나라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들의 결단은 국민들의 마음을 한 데 모으는 큰 역할을 했다. 1979년 사병 복무시절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한 10.26 사태에 이어 12월 12일에는 전두환의 군부 쿠데타가 발생했다. 준전시상황인 ‘태프콘 2’ 비상이 발령돼 곧 전쟁이 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엄습했다. 전역명령을 받은 병사들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내무반에서 대기해야 했다. 1976년 8월18일에는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이 일어나 당시 자동으로 전역이 연기돼 33개월 이상을 복무했다. 그래서 21개월 복무기간 중 잠시 전역을 연기한 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쉬운 일은 절대 아니다. 하루라도 빨리 집에 가고 싶었던 청년들이다. 집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는 부모도 있었다. 떨어지는 낙엽도 피한다는 말년 병장이지만 위기상황에서 전우들을 남겨두고 전선을 떠날 수 없어 전역연기라는 용기있는 선택을 했다.

군에서 구타와 총기를 휘두르는 사고가 연일 터졌을 때 국민들은 걱정을 많이도 했다. 전쟁이라도 난다면 적을 향해 제대로 총을 쏠 군인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그러나 20대 초반의 대한민국 청년들은 기성세대가 생각한 것처럼 그리 나약하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자기만 생각하는 요즘의 20대라는 판단은 틀렸다. 여기저기 힘을 써서 아예 군대에 가지 않거나, 편한 보직을 맡으려 하지도 않은 이들이다. 이들의 충정어린 행동은 온갖 핑계로 자신은 물론 아들까지도 병역을 면제받은 많은 지도자들의 마음을 정말 부끄럽게 했다.

영국은 상류층이 모범을 보이기로 유명하다. 특히 군복무에서는 더욱 그렇다. 엘리자베스2세 여왕도 2차 대전 중 19세의 나이로 중위 계급장을 달고 보급수송장교로 군용트럭을 몰고 다녔다. 영국은 병역법에서 왕실이나 왕실에 속한 귀족들만큼은 장교의 신분으로 군복무를 의무화했다. 지난 6월에는 왕위 계승 서열 5위의 해리 왕자도 10년간의 군복무를 마치고 전역했다. 특히 영국의 왕자들은 후방이나 국내가 아닌 최전선에서 근무해왔다. 해리 왕자는 두 차례나 아프가니스탄에 파병을 다녀왔다. 삼촌 앤드류 왕자는 1982년 포클랜드 전쟁에 참전했다. 이러한 전통과 문화가 영국을 지탱하는 힘이 된 것은 당연하다.

우리는 또 전쟁과 애국심을 말할 때 이스라엘의 ‘6일 전쟁’을 자주 예로 든다. 1967년 6월5~10일까지 6일 간 이집트 요르단 시리아 이라크 등 아랍제국 연맹과 목숨을 걸고 싸웠다. 당시 아랍연맹은 2천대에 이르는 탱크와 700대의 전투기로 중무장했다. 인구 1억2천만명 대 200만.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그러나 전쟁이 나자마자 세계 도처에 있던 이스라엘 청년들은 귀국해서 전선으로 뛰어들었고, 이집트의 청년들은 외국으로 튀기 바빴다는 일화가 있다. 이 전쟁은 공격개시 3시간만에 끝났다고 할 정도로 공중전에서 이스라엘은 결정적 승리를 거두었다. 이는 병력규모가 우세한 것도 아니고, 새로운 무기로 무장된 것도 아닌 기적이었다. 이스라엘 총리가 전쟁 직전 비밀무기로 전쟁을 시작하자마자 끝장낸다고 했는데 그 비밀무기란 바로 애국심이었던 것이다.

우리 병사들의 의연한 행동도 마찬가지다. 당초 전역연기 병사들은 50명에서 88명으로 늘었지만 이들은 5천만 국민들에게 응징의 의지와 귀중한 애국심을 불러일으켜 주었다. 중·고등학생 시절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을 목도했던 기억이 이같은 결정에 보탬이 됐을 것이다. 이들의 전역연기 신청은 집에서 가슴졸이던 부모와 국민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그 열정과 패기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여준 것 같아 마음 든든하고 자랑스럽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달 28일 통합화력훈련이 진행된 포천 승진훈련장에서 이들을 만나 애국심을 격려했다. 이제 지뢰 폭발로 다리를 잃은 두 명의 부사관을 대통령이 직접 위문할 차례다. 군의 사기(士氣)를 드높이고 이들의 희생정신에 보답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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