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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칼럼]정원만 줄이면 어떤 대학도 봐줄 건가

 

정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에 따라 4년제 일반대학 32개교, 전문대학 34개교가 국가장학금, 학자금대출 등 재정지원에서 제한을 받게 됐다. 지난달 31일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가 발표되자 대학가는 혼란에 휩싸였다.

정부는 대학들의 학사구조 개편을 유도하면서 정원을 5439명 감축하라고 권고했다. 이번 감축인원 규모까지 포함하면 1주기(2014∼2016년)에 4만7천여명을 줄일 수 있어 당초 감축목표 4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이면 대입 정원이 고교 졸업자 수를 넘어선다.

그러나 정원 감축이란 양적인 접근만으로 대학교육의 경쟁력 강화와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이뤄지지는 않는다. 교육 여건을 갖추지 못한 대학의 퇴출이 늦어질수록 예산 낭비와 국가 경쟁력의 하락은 물론이고 학생들의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 올해 고교 졸업자의 대학 진학률은 70.9%다. 높은 진학률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은 쓸 만한 인재가 없어 고민하고 중소기업은 인력 부족으로 아우성이다. 해외의 국가별 대학 경쟁력 평가에서는 늘 하위권을 맴돈다. 무엇보다 정성평가가 도입되면서 지역별 산업여건과 함께 학생 확보력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며, 산업기반이 튼튼한 수도권과 동남권은 대체로 높은 성적을 거둔 반면에, 서울과 가까워 상대적으로 신입생 확보에 우위를 점했던 충청 강원지역 대학들이 정성평가에서 낮은 결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조개혁평가를 비롯한 정부의 평가와 사업선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관해 대학인들은 할 말이 많다. 사실 어느 단체에도 요구하지 않는 많은 정보들을 대학에게는 공개하도록 요청하고 있다. 무엇보다 평가지표 간 점수 차가 커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대학구조개혁평가 지표 총 배점은 60점으로 이중 41점은 정량지표이고 19점은 정성평가다. 정량지표는 평균 이상이면 만점을 주는 지표 산식 때문에 변별력이 거의 없다. 반면 19점 만점인 정성지표는 등급 간 점수 차가 상대적으로 컸고, 이 모든 것이 보고서를 통해 이뤄졌는데, 얼마나 정확하고 세심한 정성평가가 가능했을까하는 데는 의문이 있다.

예를 들면, A대학은 객관적으로 정량지표가 한 참 뒤인 B대학이 우리보다 높은 등급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A대학은 교육비 환원율, 졸업생취업률, 전임교원확보율, 교사확보율, 장학금 지급에서 객관적으로 다 높다. 학생학습역량지원(정성평가)에서 1점 넘게 차이가 나니 등급 자체가 바뀌었다. 교육비 환원율에서 1점을 뒤집으려면 수십억에서 100억까지도 대학이 투자해야 한다. 그런데 학생학습역량지원이라는 정성평가에서 1점이 그냥 확 바뀌어버린다. 교육의 질을 평가하려 도입한 정성평가지만 사람의 주관이 들어갈 수밖에 없고 교육의 질을 따지려고 만들어낸 평가인데 각 대학마다 문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평가자들의 잣대대로 평가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대학구조개혁이 ‘정원감축’이라는 데 초점이 맞춰지면 되는데 교육부는 정책을 ‘이리 저리 왔다갔다’ 하며 실제로 D+, D-라는 말도 안 되는 점수를 내놨다. 대학구조개혁평가 편람은 처음과 끝이 같은 게 하나 없다. 평가의 기준들은 철저하게 학생들이 전공 및 교육과정 선택에 있어서 자율성을 확대하고 창조적이고 융합적인 사고를 갖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그런 대학생을 배출해야 할 대학에게는 획일적이고 단선적인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그렇다고 대학사회에 요구되는 이런 높은 수준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정부의 대학평가 과정에 적용되고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정원 감축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문제는 실제 대학현장에서 느끼는 교육부 행정은 여전히 규제와 통제이고 그 강도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언제까지 대학사회는 교육부의 눈치나 보고 볼멘소리만 해 댈 것인가. 대학 평가에서 대학의 교육 역량을 공정하고 엄정하게 평가하지 못하고 학생 수를 감축하는 것에만 집착하면 대학 평가의 의미가 무색해진다. 지금부터라도 교육부는 대학사회와 손을 맞잡고 지원과 육성을 통해 한국 고등교육의 밝은 미래를 담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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