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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역사 속의 코리아타운과 지식맵

 

2014년 1월부터 시행된 한·러 비자면제 협정으로 러시아를 여행하는 한국인은 8만∼20만 원의 비자 발급 비용을 절약할 수 있게 되었다. 또 러시아 입국 시 수속절차도 크게 간소화되어 러시아 방문이 편리해졌다. 또한 러시아 방문지도 모스크바나 상트페테르부르크뿐만 아니라 2시간 내외면 도착하는 가까운 서양(러시아)인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도 선호하는 방문지가 되었다. 그런데 블라디보스토크를 찾는 한국인이라면 꼭 방문하는 ‘성지’가 있다. 한인들이 중앙아시아로 떠나는 강제이주열차를 타기 위해 모였던 페르바야 레츠카역 근처 하바롭스크거리 입구에 1999년 8월15일 ㈔해외한민족연구소가 세운 신한촌기념비이다.

‘신한촌’(新韓村)은 제정러시아 당국이 1911년 콜레라 창궐을 구실로 블라디보스토크 외곽의 아무르만 산기슭에 조성한 한인-중국인 집성촌이다. 이전까지 한인들의 주요 거주지는 1873년 아무르만 바닷가에 형성된, ‘한국거리’로 불린, 개척리였었다. 신한촌 언덕을 오르는 입구에는 독립대문이 세워졌고, 약 200동의 러시아식 통나무 및 석조 주택이 들어섰다. 또 평행으로 철로거리, 아무르거리, 하바롭스크거리, 니콜스크거리 등의 주요거리가 지나고, 이들 거리들을 가로질러 서울거리가 만들어졌다. 1911년 5월에 겨우 50호 정도 신축가옥이 들어섰고 초여름까지 이주한 한인은 1천500명 정도였다. 1915년에는 신한촌의 한인수가 약 1만 명에 이르렀는데, 신한촌은 단순한 한인집성촌, 코리아타운이 아니었다. 신한촌 내에는 최재형, 이상설 등이 참여한 권업회와 한민학교, 고려극장, 선봉신문사 등 항일 민족단체들이 자리 잡았고, 이곳을 중심으로 한민족의 역사와 전통문화 보존을 위한 노력들이 행해졌다. 신한촌은 1937년 강제이주 이전까지 변함없이 극동지역의 항일운동 및 한인사회의 중심지였다.

필자는 최근 캘리포니아주립대(리버사이드) 김영옥연구소 장태한 소장을 통해 미주 본토 내 한인들의 최초 거주지이자 한인촌이 1910년 리버사이드 ‘파체파 캠프’에 형성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당시 리버사이드는 오렌지 농사로 급속도의 경제성장이 이뤄지고 있어 미 전국에서 농장 노동자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1904년 3월 말 샌프란시스코에서 리버사이드로 이주한 도산 안창호 선생이 한인들에게 일터를 소개하는 한편 계몽교육과 애국강연 등을 펼쳤는데, 1910년까지 약 200명의 한인 동포들이 집거하게 되었다. ‘안도산 공화국’(Ahn Dosan's Republic)으로 불린 파체파 캠프(1532 Pachappa Ave, 현재의 지번은 4430 Commerce St.)는 미국 대륙 최초의 한인타운으로 1937년까지 한인들이 거주했었다.

파체파 캠프에는 2층으로 된 중심건물이 있었다. 이 건물은 한인노동국 간판을 단 한인 직업소개소를 비롯해 예배처, 한국어 교실, 강당, 그리고 도산 선생 가족의 거실로 사용되었고, 전화도 2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2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주일학교도 운영되었던 이 건물에서는 애국 강연이 자주 열렸고, 결혼식과 생일 축하연도 열리는 등 한인 커뮤니티 공동생활의 센터 역할을 수행했었다.

지난 9월18일 ‘한국과 극동러시아의 문화와 관광 협력을 위한 대화’를 주제로 제3회 한러지식포럼이 블라디보스토크 러시아경제서비스대학에서 개최되었다. 필자는 ‘한-극동러시아 간 지식관광 제안’ 발표에서 ‘역사 속의 코리아타운’ 신한촌의 지식맵(Knowledge Map) 제작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관광지의 다양한 역사문화자원이 상호 연관관계 속에 분류 및 구조화되어 정보의 효율적인 통합·검색이 가능한 지식맵(디지털콘텐츠)으로 제작되어야만 지식관광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또 하나의 ‘역사 속의 코리아타운’인 파체파 캠프도 지식맵으로 구축되면 더 많은 사람들의 지식관광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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