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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의 世上萬事]영화 ‘인턴’이 남긴 70세 노인의 교훈

 

지난 주말 친구의 권유로 영화 ‘인턴’을 감상했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인터넷 의류 업체 ‘About the Fit’의 창업자인 줄스 오스틴은 기업의 사회 공헌 차원에서 65세 이상 노인 대상 인턴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전화번호부 회사의 부사장으로 재직하다 은퇴하고 아내와 사별한 70세 벤 휘태커. 그는 다시 사회로부터 자신의 필요성을 느끼고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인턴 프로그램에 지원, 합격한다. CEO인 줄스로부터 너무 오지랖이 넓다며 회의적인 평가를 처음엔 받았다. 그러나 연륜에서 묻어나는 처세술과 각종 노하우들을 전수해주어 점점 신뢰를 갖게 되고, 개인 운전 기사 일도 하게 되며 둘은 베스트프렌드가 된다. 어린 회사 동료들에게는 연애 상담, 클래식 스타일 코디 등을 알려주며 친근한 아버지와 같은 관계를 이뤄나간다.

평이한 내용이다. 급격한 반전도 없다. 그러나 우리들의 이야기여서 벌써 200만의 관객이 보았다.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도 크고 벤의 직장 인턴생활 자체가 감동적이다. 부사장 출신이지만, 인턴사원이지만 허드렛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사랑하고 일하고, 일하고 사랑하라! 그게 삶의 전부다.” 프로이드 명언으로 시작하는 영화다. 열정만 있다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 줄스가 바람난 남편 문제로, 회사 문제로 눈물을 보일 때는 언제나 손수건을 건네준다. 손수건은 나를 위해 소지하는 것이 아니라 남에게 빌려주기 위한 것이라며…. 40년이 훨씬 넘는 직장 생활과 70년이라는 인생을 사는 동안의 경험들을 아낌 없이 주었다. 70이라는 나이는 어쩌면 사회에서 버려졌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그러나 벤은 일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았다. 일할 수 있다는 게 그저 감사할 뿐이었다.

벤은 나와 띠 동갑의 나이다.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면 12년은 금세 다가올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나도 12년 후 벤처럼 열정을 갖고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내내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개 50~60세 사이 은퇴한다. 기업은 50대 초중반이면 직장을 떠나야 한다. 그러나 인생은 100세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은퇴준비를 미리 해야 한다고 하지만 우리의 50대들은 그럴 시간적 여유가 없다. 우리의 부모들처럼 자식 키우고, 부모님 모시고, 직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아등바등 살다 보니 어느덧 60을 바라본다. 얄팍하지만 누런 월급봉투를 내밀며 으쓱해 했던 것도 옛 일이다. 월급봉투는 어느 새 사라지고 은행의 통장으로 송금돼 자녀들도 경제권을 틀어 쥔 엄마에게 알랑댄다. 자연스레 가장으로서의 권위도 잃어간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걸 포기하기에는 남은 생이 너무 길고, 억울하다. 이 세상에 체험보다 더 값진 것은 없듯이 벤처럼 인생과 직장에서의 체험을 전수할 기회를 찾아야 한다. 줄스처럼 70세의 노인이지만 벤을 채용할 용기를 가진 CEO들이 우리 사회에서 많이 나타나야 한다. 은퇴한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은퇴생활을 실제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고 한다. 갑작스레 날벼락을 맞은 기분이라는 것이다. 집에만 있던 아내야 ‘육아’와 ‘살림’이라는 고유의 영역에 익숙해 있기에 상실감이 덜하다. 그러나 평생을 하숙생(?)처럼 살아 온 남자들의 경우는 집이 너무 좁아 보인다. 자신의 공간도 없어 답답하다. 5년 전 교장으로 퇴임한 형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거안실업’에 취업했다고 했다. 잘됐다 싶어 뭐하는 회사냐고 물었다. 거실과 안방을 왔다갔다 하는 회사란다. 한바탕 웃고 말았지만 뼛속 깊은 말이었다.

교직 생활을 끝내고 연금을 타는 70세도 안 된 나의 형님도 이런 농담을 할진대 이제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하지 않으면 허무해진다. 은퇴 이후에도 인생의 1/3인 30년 삶이 기다리고 있다. 이제 벤처럼 도전정신을 가져야 한다. 벤의 나이가 되려면 나는 아직도 12년이나 남았다. 버나드 쇼의 묘비명처럼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고 후회하지 않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은퇴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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