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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진실을 알려줘요” 통한의 눈물

꽃보다 아름답던 나이로 끌려가 노동착취·인권유린
도의회, 선감학원 터 경기창작센터 방문

 

신원 못밝혀준 죄책감에 고통
생존자들 3년째 제사 지내

일제땐 소년병 육성소 변질
해방후 아동 강제수용소로
도의회, 납골당 조성 등 계획


“우리처럼 살아나온 사람들이 여기 묻혀있는 아이들보다 낫지. 배고파서 힘은 없는데 물건너 도망가다보니 얼마 못가 다 물에 빠져 죽은거야. 내 손으로 직접 내 친구들 시신을 수습해서 여기 묻었으니까…”

22일 선감학원에서 만난 생존자 A(60)씨는 말을 채 마치지 못하고 끝내 고개를 떨궜다.

말을 잇는 내내 그의 손과 입술은 파르르 떨렸고, 차마 잇지 못한 말은 눈물이 고인 두 눈에서 맴돌았다.

선감학원에서 사망한 원생들은 인근 야산에 웅덩이를 파고 가마니에 둘둘 말려 집단 매장됐다.

이 곳에 누가, 얼마나 묻혀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함께 살아나오지 못한 안타까움, 그들의 신원조차 밝혀주지 못한 죄책감, 살아있다는 미안함으로 그는 ‘선감학원 원생 출신 생존자회’와 함께 3년째 이곳에서 제를 지내고 있다.

선감학원은 일제강점기인 지난 1942년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에 설립된 소년 감화원이다.

그러나 실상은 당시 조선총독부가 사회반역아를 보호육성하겠단 명목으로 8~18세 소년들을 데려다 황국신민화 및 군사 교육 등을 시켜 총알받이 소년병으로 육성하는 곳으로 변질됐다.

또 외부와 차단된 곳이다 보니 자급자족이란 미명하에 강제 노동에 동원됐고, 인권유린 사태도 빈번히 발생했다.

선감학원이 설립된 해 4월 200명의 소년이 수용된 이후 얼마나 많은 어린이들이 수용됐는지 기록조차 없다.

해방 이후에도 이 곳의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1946년부터 부랑아 수용시설로 운영된 이 곳은 특히 1960년대 부랑아 일제단속과 함께 집을 잃고 거리를 헤매는 아이들의 강제 수용소로 변했다.

영문도 모른 채 잡혀와 강제노역에 동원된 어린이들은 목숨을 걸고 물을 건너 도망을 쳤지만 대다수가 다시 붙잡혀와 가혹한 매질에 시달려야 했다.

선감학원 생존자회 총무 B(60)씨는 “1963년에 선감학원으로 잡혀와 5년을 여기서 보냈다. 이곳을 벗어나고 27년간 이쪽으로 쳐다도 보지 않고 살았다. 생존해있는 동료 모두가 그랬고 잊혀지지 않는 그 시간들에 괴로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이어 “(생존한) 우리가 함께 해야할 일이 남아있다. 희생된 아이들을 위해, 생존했지만 짧게 생을 마감한 사람들을 위해 괴로웠던 그 때의 실상들을 세상에 꺼내놓는 것”이라며 “경기도가 나서서 진상을 조사, 진실을 밝혀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경기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정대운(새정치민주연합·광명2) 위원장과 새누리당 남경순(수원1)·방성환(성남5), 새정치연합 남종섭(용인5)·박용수(파주2) 의원들은 경기도와 안산시 관계자 등과 옛 선감학원 터인 경기창작센터에서 생존자들과 만났다.

이들을 도울 방안을 찾기 위해서다.

도의회는 이 곳을 경기도 문화유적지로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 위원장은 “선감동 주민들과 함께 희생자들을 기리는 공원을 조성하고, 어떤 이가, 얼마나 묻혀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현재 묘지의 유골을 수습해 납골당을 조성할 계획”이라며 “우리가 역사속에서 선감학원을 잊지않게끔 도의회와 도, 안산시가 모두 나서야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슬하기자 rach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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