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평 기행
/서춘자
한 섬지기 메밀밭에 석 섬 달빛 쏟아진다
꽃범벅 가슴이 달빛범벅으로 달려간다
풀벌레 울어 초가지붕은 너울대고
달이 잠긴 그대 두 눈 밤새 들여다본다
먼 산 다가와 석 섬 달빛 거두어가도
달 잠긴 여울에 함께 잠겨 밤은 흐르고
장날마다 허공에 등 기대어
그대 어깨에 달빛 수북하구나
-계간 아라문학 가을호에서
인간의 감성은 끝이 없다. 어디에서든 실마리 하나만 너울대면 그 실마리로 온갖 이미지가 확대된다. ‘메밀꽃 필 무렵’ 하나로 봉평은 감성의 바다가 되고, 시인들은 그 바다에서 생명의 물고기를 건진다. 달빛도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달라진다. 사랑도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달라진다. 그리움도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달라진다. 달빛 쏟아지는 봉평에서 꽃범벅 가슴이 된 시인의 감성이 출렁이고 있다. /장종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