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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성 칼럼]중기(中企)와의 상생 ‘오픈플랫폼’

 

아파트 입구에서 보약을 들고 들어가는 주민의 출입을 가로 막는 경비원. 보약 반입은 절대 안 된다며 몸으로 저지한다. 이에 입주민은 ‘아니 이럴 수가 있냐’ ‘보약을 들고 들어 가는 것을 막는 경비가 어디있냐’며 항의한다. 그러자 경비는 ‘난 잘 모르겠고….’ ‘아 글쎄 안돼’ ‘법이 그렇다니까’를 연실 외치며 통과시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입주민이 계속 따지자 ‘보약 먹으면 안 된다. 먹으면 너 힘 생겨서 나한테 대들거다”라고 말하며 요지부동이다. 그러다가 “들어가도 좋다. 대신 보약에 몸에 좋은 것 다 집어넣어라”라고 조건을 건다. 그 말에 입주민이 “인삼 오미자 다 넣었다”고 설명하자 “진짜 몸에 좋은 걸 다 넣어라”며 다시 한 번 떼를 부린다. 서로 옥신각신 하는 사이 또 다른 주민이 아령과 테니스채와 같은 운동기구를 넣은 보약을 들고 아파트로 들어가지만 경비는 아무 제재 없이 인사까지 하며 통과시킨다. 승강이를 하던 입주자는 허탈해 하고…. 경비원의 저지에 번번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포기해야만 한다는 개그프로 ‘고집불통’이란 코너의 내용이다. 엊그제 주말에 방송됐는데 매주 방송되는 이 코너는 고집과 원칙, 억지라는 캐릭터와 상황 연출로 웃음을 선사하며, 특히 갑(甲)질이 난무하는 현 사회의 불합리를 코믹하게 비판하다고 해서 한창 인기 몰이중이다.

이러한 내용은 비록 개그프로여서 웃음을 유발시키지만 우리 사회에는 눈물 속에 ‘저지당하는 입주민’이 너무나 많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가 그렇다. 정부의 역점 사업 중 하나로 ‘중소기업 손톱 밑 가시’를 뽑아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준다고 나서고는 있으나 아직 요원해서다. 그래서 현장에선 아직도 어려움 속에서 특허를 내고 어렵게 살림을 꾸려오는 기업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정부가 한 일은 도대체 무엇인가 하는 자괴감 섞인 목소리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대통령은 입만 열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라.’ ‘각종 규제를 철폐하라’고 외치고 있지만 아직도 복지부동인 분야는 수도 없이 많다. 복지부동의 원인엔 공무원 등이 사무처리 근거법령의 불명확한 유권해석, 법령과 현실과의 괴리 등으로 인하여 능동적인 업무 추진을 못하고 있는 경우 등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중소기업의 애로는 더욱 늘어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각종 규제는 중소기업을 울리는 주 원인으로 꼽혀 왔다. 따라서 정권이 새로 들어서기만 하면 대통령부터 나서 의욕적으로 개혁 방안을 쏟아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흐지부지되는 일이 되풀이되기 일쑤였다. 지난 정권 때만 해도 집권 초기 ‘규제의 전봇대를 뽑겠다’고 요란을 떨었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내지 못했다. 현 정부들어서도 박근혜 대통령은 규제개혁을 ‘손톱 밑에 박힌 가시를 빼는 일’로 규정하고 중소기업 애로사항 해소에 나서고는 있지만 정권의 절반이 지난 지금도 기업들이 느끼는 체 감도는 그다지 높지 않다.

다만 엊그제 대표적인 ‘손톱 밑 가시’라는 비판을 받아온 인증제도를 대대적으로 정비키로 했다는 정부의 결정이 나와 그나마 다행이다. 주 내용은 전체 203개 인증제도를 전수 조사해 불필요하거나 중복된 36개를 없애고, 77개를 개선키로 했다는 것이며 이로 인해 인증비용 매년 5천420억원 절감되는 반면 매출은 8천630억원 증가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추산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9일 도내 중소기업을 위한 ‘오픈플랫홈’ 기반의 시스템 구축을 강화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계획 중에는 유통 약자인 중소기업을 위한 공동 물류 유통센터 조성, 양질의 도내 농산물과 중소기업제품을 엄선 판매할 수 있는 매장 마련, 수수료가 제로에 가까운 결제시스템 지원 등의 내용도 담겨 있다. 이는 규제개혁에서 한발 더 나아가 중소기업의 성장동력을 한 단계 더 높여주기 위해 경기도가 직접 ‘판’을 깔아주겠다는 구상이나 다름없다. 획기적인 일이 아닐 수 없으며 중소기업과 상생의 시작이다.

흔히들 마케팅과 물류, 판매는 중소기업의 3대 아킬레스건이라 부른다. 남 지사가 이러한 중소기업의 아킬레스건을 보호해주고 나아가 창의성 있는 제품 생산 강자(强者)로 키우겠다는 계획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선 계획 못지않게 이행 여부를 철저히 관리하는 일도 중요하다. 그리고 기왕 나선 만큼 이번 기회에 지침을 나몰라라 하는 일부 공무원들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노력도 함께 추진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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