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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의 世上萬事]수능 시험일에 생각해보는 대입제도

 

오늘은 수능시험일이다. 초중고교 12년 간의 보통교육과정을 마치고 이를 총결산하는 날이다.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라지만 기왕에 보는 거 한 문제라도 더 풀어야 한다. 수험생이나 학부모나 만감이 교차할 거다. 나 역시 마치 내가 시험이라도 치르는 것처럼 마음이 떨리기는 마찬가지다. 검정 교복에 까까머리 세대였던 나도 1976년에 시험을 치렀다. 벌써 40년이다. 그땐 ‘대학입학 예비고사’였다. 직할시로 분리되기 이전이어서 경기도내에서는 인천에만 시험장이 있었다. 시험 전 날 담임교사의 인솔 아래 대절버스를 타고 가 시험장 인근 여관에 투숙했다. 뒤숭숭한 마음에 잠도 설치다보니 어떻게 문제를 풀었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시험 때면 왜 그리도 추웠던지 조개탄을 태우던 난로에 삐걱거리는 허름한 나무 책상…. 흑백영화의 필름처럼 아련히 지나간 추억이다.

지원 시도별 커트라인이 발표되고 합격과 불합격이 갈렸다. 예비고사 불합격이면 대학입학시험조차 응시할 수 없었다. 예비고사 합격률로 고교의 서열을 판가름했었다. 지금이야 수능시험과 면접시험으로 대학의 당락이 판가름나지만 그땐 지원한 대학에 가서 또 본고사를 치렀다. 예비고사 점수 30%를 반영하고 나머지 70%는 본고사 성적을 합산했다. 휴대폰이나 인터넷도 없어 각 대학의 원서접수 창구는 아수라장이었다. 부모형제와 친지들이 총동원돼 경쟁률이 낮은 학교와 학과를 찾는 눈치작전을 벌였다. 그러다가 예비고사 시행 13년만인 1982년에 ‘학력고사’로 바뀌었다. 1993년에 또다시 지금과 같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으로 바뀌었다. 수능이 22년 간 지속되는 동안에도 대입제도는 18번씩이나 변경됐다. 그래서 수험생들은 해마다 노심초사해야 한다. 대입제도 변천의 잔혹사다.

2001년 물수능 파동 이후 2002년 도입된 수능 등급제로 특차가 폐지되고 대입에서 수시와 정시모집으로 이원화됐다. 등급제가 도입되면 재수도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괴담 속에 이른바 SKY대학 주요 학과의 커트라인이 400점 만점에 390점을 넘어섰고, 수능만점자가 서울법대에 불합격하는 웃지못할 일마저 발생했다. 총점과 총점 백분위에 변환표준점수라는 것도 등장했다. 입시지도교사들마저 혼란을 겪었고, 전문가 집단인 입시정보기관은 호황을 누렸다. 게다가 변환점수 사사오입제니, 7차교육과정 수리 가, 나형 분리 등은 일부 수험생들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그래서 교육정책이나 대입제도를 발표할 때마다 따라오는 수식어가 ‘갈팡질팡’과 ‘오락가락’이다. 조변석개(朝變夕改)하는 대입제도에서 ‘갈지 자’ 걸음으로 공부한 학생들은 실험실의 ‘모르모트’나 다름없다. 입시기관과 대학이 주최하는 입시 설명회에는 인산인해를 이룬다. 설명회가 없으면 안 될 정도로 제도가 마구잡이로 바뀌기 때문이다. 대입컨설턴트라는 직업이 생겼을 정도다.

세월이 아무리 흐르고 강산이 변한다 해도 대학입시는 우리나라 최대 관심사 중의 하나다. 대입제도는 교육정책을 좌지우지한다.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음에도 대학이 인생을 좌우한다는 우리 국민 특유의 정서 때문이다. 대학진학률이 83%로 세계 최고다. 그런데 이같이 중요한 대학입시의 방향은 손바닥 뒤집듯 바뀐다. 당사자인 수험생은 물론 교사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대학입시 개편안은 앞으로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2017학년도부터는 한국사가 수능과목에서 필수가 되는데 아직도 국정교과서 논란은 끊이질 않고 있다. 국어, 수학의 선택형이 폐지되며 대입에서 인성평가도 검토 중이다. 2018 학년도는 영어를 절대평가한다. 모든 정책이 수험생의 부담을 덜기 위한다지만 실효성도 없고, 너무 자주 바뀌어 정신차릴 수가 없을 정도다. 명색이 교육전문기자라는 나 자신도 아이 둘 대학 보낼 때 고생 꽤나 했다.

지금은 다양화 시대다. 대학마다 특성과 학풍도 다르다. 더 이상 수험생들을 획일적으로 실험해서는 안 된다. 이참에 학생 선발권을 대학에 완전히 되돌려주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할 때다. 60만 명의 수험생과 전 국민이 북적대는 대학입시를 더 이상 국가가 관리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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