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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축제, 마음을 치유하는 해결사

 

축제를 기획하면서 늘 명심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는 마음을 치유하는 ‘해결사’로서 지역민들에게 마음 속 깊이 자리를 잡았으면 하는 것이다. 축제라는 것은 단순히 행사로서가 아닌 지역민들의 마음 속 깊은 기억으로 남아서 이를 통해 진정한 소통의 가치를 계속에서 이어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마음속에 오래 남을 수 있는 여운이 깃든 축제는 의사가 ‘병’을 고치듯, 축제를 통해서 바쁜 일상 속에 지친 이들에게 마음의 영혼을 ‘치료’하듯이, ‘해결사’로서 지역의 모습을 축제를 통해 보여주는 것이 기획자들의 간절한 바람이라고 생각된다.

축제 기간의 경험을 통해 받았던 강한 인상은 평생가기 때문이다. 관객들과의 깊은 소통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축제다. 그래서 일회성 행사일 수 없다는 것이다. 단순히 행사로서 개최될 때 축제는 그 수명이 짧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축제는 관객들에게 마음의 치유를 할 수 있는 문화 콘텐츠로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을비 내리는 강원도 평창, 감자꽃 스튜디오 ‘감자꽃 가을운동회’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 동네 아줌마들이 손수 만들어주신 점심식사를 맛나게 먹었다. 감자꽃 스튜디오는 강원도 평창군 이곡리에 있는 옛 노산분교에 자리하고 있다. 강원도에 위탁을 받아 참신한 복합문화공간으로 변했다. 이 때 장암산과 남병산, 청옥산으로 이어지는 4시간에 걸친 종주를 했다. 종주 중 ‘숲속의 자연무대’에서 저글링과 인제남초등학생으로 구성된 아카펠라 공연을 보았다. 상큼하다. ‘소통’의 진정성을 맛본다. 장장 4시간에 걸친 임도길 산행을 통해, 많은 생각들이 스쳐갔다. 참가자 모두들 상쾌해 했다. 주민 68명뿐이 살지 않은 이곡리에서 과연 이곳에 동네 축제가 외지인들에게 어떤 감흥을 주고 있냐를 되새겨 보았다. ‘감자꽃 가을운동회’를 통해 동네 분들을 만나면서 느낀 것은 이곳 평창읍 주민들의 ‘자부심’이었다.

이러한 작은 지역 축제를 통해서도 마음의 치유를 받으면서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이 큰 기쁨으로 다가왔다.

또 하나의 사례, 프랑스 오리악축제에서의 경험이다. 프랑스 외곽 중부지방에 위치한 오리악은 인구 3만 명의 작은 도시로 스키장 외에는 별다른 리조트 시설이 없는 곳이다. 오리악은 관광산업이 발전한 프로방스 지역과는 달리 고속전철인 테제베(TGV)도 연결되지 않은 교통이 불편한 해발 1천m에 위치한 곳으로, 여름 평균 기온은 아침 10도, 한낮 20도로, 휴가절의 절정인 8월 중순에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고자 프랑스인들을 비롯한 유렵 전역에서 이곳을 찾는다. 바로 이 시기에 열리는 것이 오리악축제이다. 지난 1986년 처음 시작된 축제는 거리와 광장, 학교 운동장이나 체육관, 개인집 정원 등에서 하루 12시간에 걸쳐 전야제를 제외하고 4일간 펼쳐진다. 저녁에는 카페가 몰려있는 까르므 광장에서 프린지 음악인들이 펼치는 음악의 향연에 배낭여행을 온 유럽의 학생들이 열광적인 분위기를 고조시킴으로써 축제의 절정을 보여준다. 정말이지 많은 관광객들이 이 축제 기간 동안 메인 스트리트를 중심으로 혼잡을 이루지만 번잡함은 느낄 수 없다. 그것은 일상의 여유로움이 같이 결합된 오리악축제의 특성 때문이다.

축제 절정, 이 작은 마을에서 제일 큰 학교 체육관에서는 아트 서커스 공연이 준비되어 있었고 티켓을 사전에 구매해서 정문 앞 긴 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공연 시간이 다가오는데도 정문은 열리지 않았다. 공연자의 공연 준비에 문제가 있어서 늦는 것 같았지만 긴 줄에 서있는 관객들은 아무런 항의가 없었다. 거의 2시간을 그렇게 기다렸다.

그 때 한 관객이 휘파람을 불기 시작했고 어느새 관객들 모두가 같이 휘파람에 맞추어서 노래를 부르고 나중에는 그것이 합창이 되었다. 그들의 모습에는 기다림에 대한 짜증은 전혀 볼 수 없었다. 그들 스스로가 축제 분위기 자체를 즐기는 모습은 아직도 추억되고 있다. 세상은 긍정의 시각으로 보면 소소한 일상마저도 끝없이 아름답다. 특히 축제라는 것은 일상을 벗어나서 마음껏 몰입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이기 때문에 분위기의 여하에 따라 일상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일탈을 맛볼 수 있다. 그것이 축제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이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지만, 축제만큼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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