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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토리텔링’ 패션 스타일링으로 풀어내다

웨딩드레스·페미니즘 등 51가지 주제 통해 영화의상 세계 조명
영화 속 등장인물 캐릭터 잘 보여주고 시대의 패션 유행 이끌어
배우들의 특별한 역할 부각…잘 만든 배우의 옷 新 스타일 창조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에서 커튼으로 만든 비비안 리의 녹색 드레스, ‘7년만에 외출’(1955)에서 환기구 위로 불어온 바람에 치솟아 오른 마릴린 먼로의 흰색 드레스, ‘티파니에서 아침을’(1961)에서 오드리 헵번이 쇼윈도를 바라보며 입었던 검은색 드레스.

이들 의상의 공통점은 뭘까. 바로 영화 속 등장인물의 이야기와 캐릭터를 의상으로 재현해 그 시대 대중 패션을 선도해왔다는 점이다.

영화의상은 영화 속 인물의 캐릭터를 잘 보여주면서 동시에 스토리를 이끌어가기도 하고, 그 시대의 패션유행을 이끌기도 한다. 이처럼 잘 만든 영화의상은 20, 21세기 패션에서 감초 같은 역할을 주도하곤 한다.

‘패션, 영화를 디자인하다’는 51개 영화 속에 등장하는 패션을 통해 그동안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영화의상의 세계를 조명한다.

이를 통해 패션과 영화의상의 공생관계, 패션디자이너에 비해 주목을 덜 받았던 영화의상 디자이너의 이야기, 시대를 주름잡았던 영화 속 패션아이콘들을 살펴본다.

책은 웨딩드레스, 클래식 패션, 페미니즘, 섹슈얼리티, 남성패션 등 51가지 주제를 통해 영화의상의 세계를 풀어낸다.

그러나 이들 영화 속 패션은 대중의 욕망으로 존재하는 상업적 의상이 아닌 배우의 특별한 역할을 위해 존재하는 옷으로, 배우를 단지 아름답게만 보이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영화 속 스토리텔링을 풀어나가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저자는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영화 ‘돌스’(2002)에 나오는 요지 야마모토 패션 디자이너의 아방가르드 패션을 대표적 사례로 꼽는다.

감독은 인형이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기로 했던 당초 계획과는 달리 요지 야마모토의 의상을 보고 즉석에서 ‘붉은 운명의 끈’이라는 테마로 영화의 전개 방향을 틀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이처럼 영화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영화요소인 영화의상을 다양한 도판과 실례로 상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특히 중요하게 다룬 것은 전문 영화의상 디자이너와 상업 패션 디자이너라는 직업군의 상호 관계다.

패션 디자이너가 영화의 의상을 맡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 상업적 브랜드와 영화의 협업을 거부했던 ‘위대한 유산’(1998)의 의상감독 주디아나 마코프스키의 사례, ‘위대한 개츠비’(2013)에서 의상감독 캐서린 마틴과 패션 디자이너 미우치아 프라다의 협업으로 완성된 영화 속 플래퍼들의 파티의상, 패션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가 의상을 맡은 SF영화 ‘제5원소’(1997) 등 전문 영화의상 디자이너와 상업 패션 디자이너의 다양한 사례가 책 속에 예시돼 있다.

책은 또 시간적으로 중세에서 현대까지 시대를 넘나드는 한편 공간적으로도 한국, 일본, 중국, 중동 등 동·서양을 망라해 전 세계 민족의상이 잘 구현된 영화의상의 사례를 동시에 제시한다.

저자는 책머리에서 “옷을 잘 입는다는 것은 멋진 옷을 소화할 수 있고 패션 감각도 뛰어나야 하지만, 이것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 자신을 당당하게 사랑해야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 수 있고, 그 스타일이 자신만의 패션을 창조할 수 있다”며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영화와 패션의 공생관계를 되짚어보고 스타일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기 바란다”고 밝혔다.

/김장선기자 kjs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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