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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칼럼]노동개혁 입법, 대타협의 생산적 합의가 전제다

 

노동개혁 관련 5대 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정국이 심상치 않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정기국회 회기 내 법안 일괄 처리 방침을 재확인한 데 대해, 한국노총이 9·15 노사정 대타협 훼손 시 노사정위 탈퇴 입장을 밝혔다. 이런 기운은 정부와 노동계 간 불신의 골이 깊어져 노동개혁을 통한 고용 안정과 일자리 창출 등의 기대효과가 수포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당정 회의에서 합의한 내용의 핵심은 두 가지다.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기간제근로자법 파견근로자법 등 노동개혁 5대 법안을 정기국회 기한인 12월9일까지 일괄 처리하되, 노사정 합의가 쉽지 않은 법안은 합의를 기다리지 않고 입법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당장 한국노총과 새정치민주연합이 크게 반발하고 있어 법안 심의과정서부터 상당한 진통과 난관이 불가피하다.

노동시장 개혁은 피할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활력을 잃어 가는 우리 경제의 밑바탕에는 경직된 노동시장이 자리하고 있다. 올해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노동시장 효율성 83위, 노사협력 132위, 고용·정리해고 비용 117위로 꼴찌권이다. 현재 노동시장이 경제 활성화의 발목을 잡고 있어 노동개혁은 이를 수술하자는 것이다. 당정은 일단 노사정 합의 내용의 우선 입법화를 추진하는 것이 순서다.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고(근로기준법), 출퇴근 시 재해도 보상하며(산재보험법), 실업급여 수준을 50%에서 60%로 높이는(고용보험법) 내용의 관련 법 개정안은 여야 간 이견이 크지 않다.

입장이 첨예한 비정규직법, 즉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 연장 문제를 다루는 기간제 근로자법 개정안과 파견 업종 확대가 쟁점인 파견근로자법 등 비정규직 문제가 쟁점이다. 정부·여당은 현재 2년인 계약직 기간을 4년까지 늘리고, 55세 이상 근로자와 고소득 전문직의 파견도 허용하자는 입장이다. 그렇게 되면 고용이 안정될 것이란 주장이다. 반면 노동계는 계약직 사용 기간만 늘어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과 파견업종 확대 허용은 노동의 시장가치를 끌어내릴 우려가 있으므로 모두 중립적 시각으로 노동개혁법안 심의에 임해야 한다. 소수의 안정된 고임금·고복지 정규직과 다수의 불안정한 저임금·저복지 비정규직으로 이중구조화한 노동시장 문제는 정규직 대 비정규직이라는 단순 구도로 풀 수 없으며, 산업적 측면에서 대기업·중소기업 문제, 정규직·비정규직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뤄야 한다.

고용유연성 제고와 사회안정망 강화는 노동개혁 논의의 핵심이다. 미국 경제의 회복은 구글, 페이스북 같은 혁신적 기업의 선전과 함께 노동시장의 안정에 힘입은 바 크다. 2009년 이래 실질임금이 안정되었다. 유연한 고용관계는 발 빠른 선제적 구조조정을 촉진해 제조업의 르네상스를 가져왔다. 노동시장 개혁은 무엇보다도 고용 유연화에서 출발해야 한다. 왜곡된 노동구조가 10%대의 청년실업률과 30%대의 비정규직 비율의 주범이다. 한국은행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고용보호 정도가 일본이나 미국 수준으로 정상화되면 청년 고용률이 1.7~3.6% 포인트 증가한다고 한다.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서도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 대기업 부문의 지나친 고용 보호가 중소기업의 고용 여건을 악화시키는 부메랑이 되고 있음도 직시해야 한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노동개혁의 청사진이 마련되고 이를 바탕으로 노사정이 함께 개혁을 추진함으로써, 기업이 더 이상 채용을 두려워하지 않으면서도 현재 노동시장 구조 아래 신음하는 수많은 청년, 여성, 중고령자들에게 더 많고 더 좋은 일자리들이 제공되는 그 날이 오길 고대한다. 따라서 그 어느 때보다 한국형 노사 관계 모델의 정립과 발전방안이 필요한 때라고 할 수 있다. 5대 법안 중 근로시간 단축, 실업급여 확대 등을 담은 3개 법안은 지난 9월 노사정 대타협으로 합의한 내용으로 여야 간 의견 차이가 크지 않은 만큼 타이밍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소모적 대립과 갈등을 줄이고 생산적인 논의를 통한 합의 도출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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