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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대한제국(大韓帝國)의 역사를 부활시키자!

 

강석화 교수(경인교대)의 전언에 근거해 최근 완성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2015 개정 교과 교육과정 시안 개발 연구Ⅱ: 최종보고서’에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대한민국 수립’이라고 수정했다는 한 언론보도가 나왔다.

이것은 아주 무서운 ‘역사바꾸기’의 밀실작업을 박근혜 정부에서 벌이고 있는 반증이다. 박근혜 정부가 그동안 역사학계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의 ‘밀실집필’과 관련된 연장선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고친 것은 ‘1948년 8월 15일 건국절’ 제정의 주장과도 맥락을 같이 한 것이다. 이는 곧 1910~1945년 일본제국의 강점사(强占史), 그리고 1945~1948년 미국과 소련의 한반도 분단군정사(分斷軍政史)의 역사적 의미와 교훈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그 결과 ‘1948년 8월 15일 건국절=대한민국 수립’의 역사는 일제강점사의 친일세력, 미소군정사의 친미친소분단세력, 그리고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독재정권으로 이어진 독재세력의 역사적 미화·왜곡·날조에 의한 정당성을 부여할 가능성도 높아진 것이다.

우선적으로 ‘건국절=대한민국 수립’의 역사에서 제기된 문제는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 일제강점기의 독립투쟁사를 전면 부정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 제기된 문제는 ‘1945년 8월 15일~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수립’ 기간 동안 단독정부수립운동의 전통을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 미소군정기의 민족자주통일운동사를 전면 부정하는 것이다. 세 번째로 가장 근원적 문제는 바로 우리가 한국사에서 ‘대한제국(大韓帝國)’의 역사를 잊어버리고 지워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환국, 배달국, 고조선, 고구려-백제-신라 삼국, 통일신라-발해, 고려, 조선으로 이어진 대한제국은 1897년 10월 12일부터 1910년 8월 29일까지 존속했던 대한민국의 최초 근대국가이다. 대한제국은 1910년 8월 22일 일본제국의 강요된 한일병탄늑약(한일합방/병합조약)으로 주권을 침탈당하고 무너졌다. 이미 일본제국은 1906년 서울에 통감부를 설치하여 친일파를 내세워 의병독립운동과 애국계몽운동을 무력으로 탄압하면서 대한제국을 식민지로 만들었다. 그 이후 1919년 3·1운동을 전후해 대한제국의 황제국에서 대한민국의 민주공화국으로 계승된 여러 개의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대내외에 설립되었으나 이들이 상해를 거점으로 9월 11일 하나로 통합하여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되었다.

그런데 우리 역사에서 대한제국의 역사는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다. 일본제국이 친일사관을 동원해 대한제국의 역사를 무참하게 배제함으로써 자신들의 식민지통치를 정당화하고자 했다. 그 결과 현재까지 우리는 대한제국의 역사를 제대로 부활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제국의 역사가 죽으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역사마저 죽는다. 1919년 9월 11일-1945년 8월 15일 동안의 대한민국 임시정부에만 방점을 찍으면 그 이전에 벌어진 일본제국의 대한제국 침탈사가 정당화·합리화된 것이다. 이어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의 역사가 죽으면 1945년 8월 15일 일제의 광복으로부터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의 수립에 이르기까지 역사도 죽는다. 이 기간 동안의 역사 부정은 남과 북의 국토분단, 체제분단 고착화를 인정하는 것이다. 이처럼 대한제국으로부터 이어진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대한민국 정부 수립의 역사가 단절되는 것은 친일반민족-반민주독재-반통일수구세력이 가장 원하는 역사구도이다.

따라서 우리가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대한민국 정부 수립의 역사를 되살리는 길은 바로 대한제국 역사를 부활시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 한민족 혼을 지키는 자존이다. 그렇지 않는다면 이미 중국의 동북공정에 의한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가 중국지방정권사로 왜곡·날조되었듯이, 100년 후 일본강점기와 미소군정기의 역사도 일본과 미소의 지방정권사로 전락할 수도 있으리라. 무서운 역사지우기, 역사바꾸기를 당장 멈춰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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