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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성 칼럼]을미년 12월의 단상(斷想)

 

요즘 지역 정가 에서는 ‘박 터지는 12월’이란 말이 공공연히 회자되고 있다. 오는 15일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면 이 같은 형국은 더욱 거세지리란 예측이다. 아직 선거구 획정이라는 결과가 남아 있긴 하지만 여·야 모두 물밑 공천 경쟁이 한창이어서 특히 그렇다.

여당의 경우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진실게임’도 점입가경이라고 한다. 박 대통령이 사석에서 ‘진실한 사람이 진정 나라를 위하는 사람’이라고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게임은 더욱 치열해 지고 있다. 출마 희망자들 가운데 진실한 사람을 자처하는 이들이 부쩍 늘어 여기저기 로비를 하고 다녀 서다. 총선을 앞둔 피비린내 나는 공천 경쟁이야 당연한 것이지만 올해처럼 진실을 내세운 적은 없다고 한다.

특히 수도권 출마 희망자들의 경우는 더하다. 너나 할것 없이 ‘진실한 사람들’ 축에 넣어달라고 로비를 하는 바람에 거기서 파생되는 얘기들도 개그프로 뺨친다. 그리고 곳곳에 진실을 자처하는 사람들만 판을 치다보니 ‘박심’은 어느 틈엔가 이들을 고르는 잣대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물론 ‘진박’이냐 ‘가박’이냐의 논쟁은 예전부터 쭉 진행형이지만 최근엔 정확한 족보(?)를 가리기 위해 20개 항목에 달하는 ‘진박 가박 진단법’까지 등장했을 정도 라고 한다.

진단법 중에는 ‘무슨무슨 박에 속하는가’라는 항목도 있다고 한다. 진박(진짜 친박)과 가박(가짜 친박)을 비롯 용박(박 대통령을 이용하는 사람들), 원박(원래 친박), 복박(당으로 복귀한 친박), 홀박(홀대받는 친박), 범박(범친박), 멀박(멀어진 친박), 짤박(잘려나간 친박), 옹박(박 대통령을 옹위하는 친박) 등이 그것이다. 진실을 외치는 사람들을 일단 여기에 대비 시켜 분류한뒤 진골과 선골을 가리고 있다는 우스갯소리로 나돌고 있다. 덕분에 서로를 비방하며 과거를 들추는 것은 애교에 속한 다고 한다. 그 보다 더한 근거없는 소문도 물밑에서의 여전한 소재며 아울러 상대간 신경전도 복잡하게 전개 되고 있다는 것이다. 줄을 댄 당사자들은 죽을 맛이지만 말이다.

세밑 추위와 아랑곳 하지 않고 펄펄 끓는 정치판과는 달리 서민들의 생활은 냉기가 가득하다. 때문에 한해를 마무리 짓는 요즘 삶은 더욱 힘들고, 그늘진 곳에서이를 견뎌야 하는 불우 이웃들은 더한 괴로움에 몸부림 치고 있다.

어제 신문 사회면에서 이런 기사를 읽었다. ‘겨울을 알리는 상징이 된 구세군 자선냄비가 몸살을 앓고 있다.’ 노숙자가 모금 활동을 하는 자원봉사자에게 시비를 걸거나,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시민이 낸 기부금을 슬쩍하려는 일도 종종 벌어져서 라고 한다. 또한 ‘정말 불우한 이웃은 나다, 날 도와달라’며 돈을 요구하는 경우도 지난해에 비해 부쩍 늘었다고도 했다. 얼마나 삶이 팍팍하면 그랬을까 상상해 보면서 점점 지쳐가는 우리의 이웃들을 생각해 본다. 연탄 한 장,석유 한통을 절약하기 위해 골방에서 이불을 두 세겹으로 덮고 추위를 견뎌야 하는 이들부터 연말이면 자리를 내주고 나와야 하는 명퇴자들, 취직을 못해 인생의 겨울삭풍을 온몸으로 맞아야 하는 청년 백수에 이르기 까지. 이들을 위해 ‘사회가 더 나아져야 한다’고 매년 소리 높여 외치지만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올 1월1일자 신년사를 쓴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2월이다. 그러고 보니 을미년도 한 달이 남지 않았다. 이제 곧 정치·경제인을 비롯한 유명 인사들이 앞다퉈 신년인사를 빌미로 네 음절의 한자로 만든 올해의 사자성어를 쏟아낼 것이다. 그리고 언론마다 사자성어가 홍수처럼 넘쳐날 게 뻔하다.

올해 대학교수들이 선정한 2015년 희망 사자성어는 정본청원(正本淸源)이었다. 한서(漢書) 형법지(刑法志)에서 비롯된 이 말은 ‘본을 바르게 하고 근원을 맑게 한다’는 뜻이다. 당시 정본청원을 추천한 교수들은 “관피아의 먹이사슬, 의혹투성이의 국방사업, 비선조직의 국정농단과 같은 어지러운 상태를 바로잡아 근본을 바로 세우고 상식이 통용되는 사회를 만들자는 의미”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올해도 역시 손을 놓은 채 서민들을 철저히 외면, ‘자신들만의 잔치’를 벌이기에 급급했다. 그리고 내년 총선을 향해 올인하고 있다. 서민들의 삶은 뒷전으로 미룬 채 말이다. 그래서 사자성어처럼 본을 바르게 한 것이 아니라 더한 혼란과 혼돈 속으로 몰아넣은 꼴이 되어 버렸다. 세상을 바꾸고 국민들을 잘살게 해주겠다는 사람들은 선거때 마다 넘쳐나는데 나라꼴은 왜 이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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