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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출판계에 전해오는 불문율 가운데 제목이 80%를 차지한다는 말이 있다. 그것도 기존의 활자체 대신 직접 손으로 쓴 글씨, 즉 캘리그라피로 장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분석 결과, 베스트셀러의 30% 정도가 여기에 해당된다고 하니 캘리그라피의 인기도가 어느 정도 인지 짐작이 간다. 하기야 컴퓨터가 쏟아내는 딱딱한 활자체로 넘쳐나는 게 요즘 세상이니 이런 손글씨가 각광을 받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지도 모르지만.

캘리그라피(calligraphy)는 ‘손으로 쓴 아름답고 개성 있는 글자체’이다. 아름다운(calli) 글씨(graphy)의 합성어여서 ‘아름다운 손글씨’로 번역된다. 활자 이외의 서체 또는 손으로 그린 그림문자를 뜻하기도 한다.

캘리그라피 말고도 또박또박 손으로 글씨를 쓰는 행위는 마음을 담는 순수한 여정이나 다름없다. 필기구와 종이가 만날 때의 소리를 들으며 자신의 생각을 써내려 가는 행위 또한 창작을 떠나 철학과 마음을 기록하는 시간이다. 사람의 얼굴이 다르듯 글씨 형태가 제각각이라는 사실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컴퓨터의 발달로 아이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자판에 길들여진 사람들의 손글씨가 서툴러지고 있는 것이 요즘이다. 덩달아 연필과 펜을 잡고 한 글자씩 힘주어 생각 풀어가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그나마 서툰 글씨마저 사라지고 있다. 대표적인 게 아마 편지일 것 같다. 편리한 메일과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등에 의지하다 보니 이제 편지 자체가 구시대의 유물쯤으로 기억될 정도다.

편지가 사라지면서 ‘추억의 빨간 우체통’도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1993년에 5만7000여 개였던 우체통이 점차 줄어들어 2만7000여 개만 남아 있는 실정이다. 아마저도 편지보다는 대부분 획일적인 활자체의 광고홍보물 등을 전달하느라 과거 사람의 애환을 품어주던 본래의 기능도 거의 사라졌다.

연말연시 인사 문자 메시지가 넘쳐나는 계절이 오고 있다. 의례적인 인사말을 활자로 찍어 수십 명 내지는 수백 명에게 무더기로 보내는 메시지는 문자 공해일 수도 있다. 손글씨가 사랑받는 이유를 다시 한 번 생각게 하는 연말이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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