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성 칼럼]한 해 동안 행복하셨습니까?
[정준성 칼럼]한 해 동안 행복하셨습니까?
  • 경기신문
  • 승인 2015.12.29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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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신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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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主筆)

날이 가고 달도 가고 무심히 넘긴 삼백예순다섯 날이 다 갔다. 지나온 시간들. 올해는 아무리 곱씹어 봐도 자랑거리가 없다. 나름 분주히 살았다고 자부하지만 성취한 것 또한 별반 없다. 어찌 보면 무의미한 한 해였다. 나 자신에게 후한 점수를 줘도 마찬가지다. 너그러운 눈빛으로 보려 해도 역시 후회가 더 많다. 12개월의 여정이 때론 밝은 듯했으나 곰곰이 뜯어보면 오히려 암울함이 더 많은 것도 이 때문일 게다.

물론 올해와 같은 감정이 처음은 아니다. 후회가 깊었던 다음해 연초엔 단단한 각오도 여러 번 다졌다. ‘행복을 만들어야지’. 늘 새롭게 시작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런데도 한 해가 어느덧 서산마루에 걸리면 희망보다 회한을 얘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은 말한다. 개도 안 먹는다는 ‘돈’ 때문이라고. 이구동성이다. 배운 사람이나 그렇지 못한 사람이나, 여자나 남자나, 늙으나 젊으나, 심지어 어린아이들까지.

예나 지금이나 살기 힘든 세상이란 곧 내주머니에 돈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 소외받고 가난한 사람들일수록 이런 의미를 더 깊게 공감한다. 혹자는 ‘돈보다 사람이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 한다. 그러나 일부를 빼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현실에 부닥치면 돈 앞에 고개를 숙인다. 비굴함도 감추지 않는다. 엎드려 절도 한다. 그것도 저것도 안 되면 편법을 동원한다. 앞에서 칭찬하고 뒤에서 겁을 줘 빼앗는 것이다. 지위고하도 없다. 사람 위에 돈이 군림하는 세상. 물론 어제오늘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문제는 정도가 점점 심해져 치료약이 없을 정도가 됐다는 것이다. 나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초월하지 못 한 채 올 한 해를 보냈음을 고백한다.

그렇다면 돈이 많으면 행복할 수 있으려나. 많은 사회학자들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어느 정도 근접할 순 있어도 행복감의 순증으로는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유는 돈이 많아도 행복감정 자체가 오래가지 못해서라고 한다. 미국 노스웨스트대 교수 필릭 브릭먼은 이 같은 현상을 ‘쾌락의 쳇바퀴’라 불렀다. 돈으로 높아진 욕구는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것을 갈망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론이다. 언제부턴가 돈이 행복의 절대 가치가 되어버린 대한민국. 국민 10명 중 3명 정도만이 행복하다고 말한 이유를 알 것 같다.

우리는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다. 그러나 행복지수는 세계 최저 수준이다. 갤럽은 지난 5월 한국인이 일상에서 느끼는 행복지수가 143개 나라 가운데 최하위권인 118번째라고 발표했다. 순위보다 더 안타까운 건 1년 사이 행복 순위가 94위에서 24계단이나 추락했다는 사실이다. 유엔은 47위로 등수를 매겼다. 그러나 이도 견딜 만하다. 더 심각한 것은 갈수록 순위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선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는 게 새삼스럽지 않다. 양극화, 무한경쟁, 상대적 박탈감 등이 갈수록 심각해져도 말이다. 불공정한 경쟁률로 금수저 흙수저 얘기가 나와도 신조어로 치부한다. 그 중심에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이들이 있는데도 그렇다.

다행인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공동체 의식, 일과 삶의 균형, 안전, 환경, 건강, 배려, 소수의견 및 다양성 인정 등 좋은 삶의 요소들이 중요시되는 사회로 바뀌고 있어서다. 다시 말해 행복의 개념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미세하지만 사회는 이렇게 진화하고 있다. 사회는 이같이 진화하고 있지만 돈 이외에 행복의 가치를 다른 데서 찾으려는 노력도 안 해본 올 한 해가 다시금 후회된다.

그래서 섣달그믐 단 하루라도 돈에 대한 맹신, 배려·신뢰의 실종, 관계의 단절이 배어 있는 세상사를 탓하지 않기로 했다. 아울러 내 스스로 1년을 얼마나 멋지게 살았는지 다시 돌아보기로 했다. 혹여 ‘남을 탓하지 않았나’ 반성하며 1년 동안 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도 되짚어볼 요량이다. 다른 사람에게 어떤 행복을 안겨 줬는지 스스로 떠올려 볼 예정이다. 새해를 맞이하려면 최대한 마음을 비우고 그 빈자리에 올해를 반면교사 삼아 준비한 새로운 각오를 담아야 해서다. 내년 이맘때쯤 행복한 1년을 보낸 나를 만나기 위해서도 특히 그렇다. 이참에 한마디 덧붙이고 싶다.

“당신은 올 한 해 행복하셨습니까? 그렇다면 신년엔 더 행복하시고, 아니었다면 부디 행복을 만들기 바랍니다. 가족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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