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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철인 매생이라는 이름은 ‘생생한 이끼를 바로 뜯는다’는 순수 우리말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가 먹을 수 있는 해조류 중 가장 가늘고 연하다. 정약전이 지은 자산어보에는 ‘누에 실보다 가늘고 쇠털보다 촘촘하다. 국을 끓이면 연하고 부드러워 서로 엉키면 풀어지지 않는다’며 ‘맛은 매우 달고 향기롭다’고 했다.

구수하며 담백하고 감칠맛 나는 이런 매생이를 시인 정일근은 아내에 비유했다. “매생이국 끓일 줄 아는 어머니를 둔/매생이처럼 달고 향기로운 여자와 살고 싶다./남쪽에서 매생이국을 먹어 본 사람은 안다./차가운 표정 속에 감추어진 뜨거운 진실과/그 진실 훌훌 소리 내어 마시다 보면/영혼과 육체가 함께 뜨거워지는 것을./아, 나의 아내도 그러할 것이다.”

매생이는 가늘고 조직이 촘촘하며 뜨겁게 끓여 놓아도 김이 위로 올라오지 않는다. 점도가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뜨거우니 조심하라는 친절한 설명을 곁들이지 않으면 누구나 영락없이 입천장이 벗겨지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젠 너무 알려져 매생이국을 먹고 입천장을 데였다는 사람은 없다. 다만 ‘미운 사위에게 매생이국 준다’는 우스갯소리만 남아있을 뿐이다.

예부터 음력 섣달에 채취한 매생이를 최고로 쳤다. 그중 전남 장흥산은 오래 전부터 궁중진상품으로 명성이 높았다. 수확은 정월 대보름을 전후해 마무리 하는데 끝물에 해당하는 2월 하순부터 생산되는 것은 뻣뻣하고 거칠다고 한다.

10여 년 전만 해도 매생이는 김에 달라붙는 잡태 취급을 당했다. 그러던 것이 웰빙식품으로 각광받아 지금은 김보다 훨씬 ‘귀하신 몸’이 됐다. 함유된 성분 덕분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 중 하나가 항산화 및 항염증 효과는 물론 강력한 항암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혈전생성을 억제하여 뇌졸중 위험을 낮추어 주는 효과도 있다. 이밖에 미네랄 함량이 풍부, 골다공증을 예방해주고 면역력도 강화시켜 주며 특히 아스파라긴산이 콩나물보다 3배나 많이 들어 있어 해장에도 그만이란다. 거기에 니코틴을 중화시켜 주는 효과도 있다고 하니 신년 매생이국 한 그릇으로 원기를 돋우어도 좋을 듯싶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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