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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의 世上萬事]꿈꾸는 자는 행복하다

 

지난 달 대입 수시합격자가 발표되고 정시모집이 시작됐다. 수험생을 둔 가정에서는 분주한 연말연시에 늘 비상이 걸린다. 수시모집에 합격한 수험생의 절반은 3월 입학식 때까지 두 다리를 쭉 펴고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나머지 절반의 학생들은 노심초사한다. 이를 지켜보는 부모는 수험생 당사자보다 더 안절부절못한다. 요즘은 수시 6번에, 정시 3번 등 모두 아홉 번이나 대학을 지망할 수 있어 선택의 폭이 넓기는 하다. 70년대에는 전기와 후기 딱 두 번의 기회밖에 없었지만 재수를 해서라도 대부분 서울로 진학했다.

그러나 요즘은 상황이 다르다. ‘인 서울(서울 소재)’ 대학에만 들어가도 ‘서울대학교’라 말할 정도다. 70년대 고교 졸업자 수는 20만~25만명이었다. 대학진학률도 50%가 채 안 됐다. 그러나 지금은 대학 정원은 5배가 늘었고, 2016학년도 대입수능 응시자는 63만명이다. 대학 진학률도 85%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너도나도 대학을 가려다 보니 성적이 상위 20%에 들지 않으면 서울은커녕 수도권 대학에 들어가기도 어려워졌다. 며칠 전 수시원서를 넣고 추가합격자 통보를 매일매일 기다리다 지친 수험생 아버지를 만났다. 수험생 부모로는 ‘선배(?)’인 나에게 이런저런 자문을 구하면서 수험생인 딸 아이보다 더 힘들다고 했다.

10년 전 두 명의 수험생을 겪어본 나로서는 정시에 선택해야 할 몇몇 대학을 추천해주며 위로했지만 왠지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우리 두 녀석들도 모두 정시모집으로 대학을 갔다. 성적이 어중간해 수시모집에 넣을 곳이 마땅치 않았다. 대학입시 배치표를 사다가 공부까지 했다. 학교 선생인 친구들에게도 수 없이 상담도 했다. 명색이 교육전문기자도 했지만 입시제도가 너무 자주 바뀌어 도무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두 녀석 모두 경쟁률이 매우 높다는 ‘다’군에 다행히도 걸려들어 아버지처럼 재수는 안 했다. 서울은 아니지만 수도권에 있는 대학이라 하숙이나 통학걱정도 없었다. 지금 생각해도 감사한 일이다. 막내는 추가합격 통보 마지막 날인 2월24일 연락을 받았다. 얼마나 애간장을 태웠겠는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12년 간의 결실을 보는 무시무시한 입시전쟁(?)의 겨울을 보내야 한다. 날씨가 차가우니 마음은 더 춥다. 심지어는 수능성적표만을 받아든 순간 옥상에서 뛰어내린다. 정말 으스스하다못해 서글프다. 삶의 첫 경쟁에서 이겨보려고 별을 보고 학교에 가서 달을 보며 교문을 나선 우리의 아이들이기에 더욱 그렇다. 12년 공부를 단 한 번으로 결정짓는 게 잔인하기까지 하다. 더 높은 꿈을 이루기 위해 12년을 흔들거리는 사다리에 오르며, 서로 밀치고 밑바닥으로 떨어뜨려야 한다. 입시위주의 교육과 출세지향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학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는 어떠한 위로의 말도 이들의 귀에는 들리지 않을 때다.

그러나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경쟁은 피하기 어렵고 그 경쟁 속에 1위가 있으면 꼴등도 있는 법이다. 1류 대학에 대한 동경이 누구에게나 있지만 모든 수험생이 갈 수는 없다. 나 역시 재수의 방황 속에서 인생은 이렇게 끝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철없는 고민도 했었다. 친구들은 지금도 나에게 묻는다. 그 좋다는 선생을 왜 그만두고 기자가 됐느냐고. 그러나 내가 하고 싶은 짓을 한 지 30년이 다 돼간다. 기사를 쓰고, 취재할 때가 가장 신나고 재미있었다. 돈은 없지만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을 만난 것은 돈보다 더 큰 자산이다.

인생은 마라톤이라 하지 않는가. 꿈꾸는 자가 행복한 것이다. 꿈이 없는 사람은 미래를 보장하기도 어렵다. 어떤 것을 할까, 뭐가 될까를 꿈꾸며 살아갈 때 내가 인생의 주인공임을 깨달을 수 있다. 지금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실망할 필요도 없다. 꿈을 키우고,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어가면서 앞날을 설계하는 수험생들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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