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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yer & People]임대진 변호사

 

“큰 봉사라는 생각이 아니라 매주 교회를 간다는 생각으로 해 온 일인데 어느덧 11년, 만 10년간 목욕봉사를 하게 된 것인데 이렇게 상까지 받게 돼 송구스럽고 주어진 상이 너무 크게 느껴지네요.”

오랜기간 장애인 목욕봉사를 해온 공로 등을 인정받아 제14회 법조봉사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 소속 임대진(48) 변호사는 봉사대상이라는 것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봉사를 해야 이 상의 의미를 갚을 수 있을 지 모르겠다”며 그간의 봉사활동에 대한 보상이 아닌 채찍질로 여겨진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도 그럴 것이 임 변호사가 수원중앙침례교회를 다니고 장애인 목욕봉사를 시작한 계기는 다소 불순(?)하다.

지금은 고1과 중3이 된 승윤(17)양과 승혁(16)군이 초등학교를 입학할 무렵, 임 변호사는 아내 조미연(48) 판사와 아이들을 기독교 학교에 보내고자 수소문을 한 끝에 중앙기독초등학교를 알게 됐고 평소 다니던 교회도 수원의 중앙침례교회로 옮겼다.

이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기로 한 임 변호사 부부는 입학 자격 중 부모들의 봉사활동 내역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교회에서 진행하고 있는 장애인 목욕봉사를 하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2005년 임 변호사의 봉사활동을 시작됐다.

“연년생인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굳이 봉사활동을 할 필요 없겠지”라고 생각하며 매월 셋째주 일요일마다 장애인들과 몸(?)을 섞고 대화하며 식사를 해 오기를 2년이 지났다.

처음엔 장애인들과 대면하는 것부터 부담스러웠던 임 변호사는 차츰 그들의 몸 구석구석을 씻어줄 수 있게 됐고 마주하고 밥 먹는 것조차 거북했던 그였지만 장애인들이 때를 불린 물에 들어가 자신의 몸을 씻는 일도 아무렇지 않게 됐다.

그렇게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고 어느 순간 봉사를 계속해야 하나라는 자문을 하게 된 임 변호사는 ‘지금 하는 봉사가 살면서 가장 잘 한 일이구나’라는 생각에 망설임 없이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임 변호사는 “사실 2년만 하고 그만두려 했고 실제 그런 분들이 많다”며 “반면 몇몇 오래 봉사를 해 온 분들도 있어 함께 봉사를 하면서 제가 더 많이 커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함께 봉사를 하는 11남전도회 식구들을 생각하면 하루라도 빠지기 쉽지 않았다.

스스로 몸을 움직이는 것이 어려운 장애인들을 이동시킬 경우 2명이 함께 장애인들을 들어야 하는데다 8~10명의 회원들이 매월 많게는 15명까지 참석하는 장애인들을 씻겨야 하는 수고로움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

봉사기간 동안 지난 2009년 8월부터 1년간 미국연수를 다녀온 기간을 빼고 만 10년간 봉사를 이어온 임 변호사는 간혹 지방 출장 등의 이유로 봉사를 못 나갈 경우 불편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는 “제가 빠지면 다른 사람이 더 고생할 것이라는 생각때문에 피치 못할 사정때문이지만 봉사에 참석하지 못하면 그날은 마음이 편치 않다”며 “그래서 매월 셋째주 일요일의 일정을 잡을 경우 너무나 신중해 질 수 밖에 없더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나름 장애인들에 대한 서운한 마음도 털어놨다.

임 변호사는 “분명이 자기가 스스로 씻을 수 있는데도 ‘여기 해달라. 저기 해달라.’고 뭐든지 해달라고 할때 조금 서운한 것은 사실이다”면서 “그래도 이제는 많이 친해져 농담으로 받아치면서 성심껏 씻겨드리고 있다”고 웃어보였다.

강산이 변할 만큼 긴 세월동안 장애인 목욕봉사를 하고 있는 임 변호사는 여전히 서운하고 거리감이 느껴지는 순간도 있지만 장애인을 자녀로 둔 부모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는 생각으로 앞으로도 쭉 봉사를 이어갈 생각이다.

그는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이 자식보다 하루만 더 살겠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는데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면서 “부모들은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평생 봉사를 하면서 얼마나 힘들까를 생각하면 주일 하루 그 수고로움을 덜어드릴 수 있는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임 변호사는 그간 꾸준히 장애인 목욕봉사를 해오면서도 지난해 ‘밥퍼 다일공동체’에 1004만원을 기부하는 등 소외계층을 위한 후원은 물론 자비를 들여 수원지역 법조인과 시민들을 위한 문화콘서트를 4차례나 열기도 했다.

특히 임 변호사는 얼마전부터 자신이 수임한 사건의 수임료 일부분을 저금통에 저금하기 시작했다.

그는 “교회에 헌금을 내 좋은 곳에 쓰일 수 있도록 하고는 있지만 최근에 매출의 1%를 따로 모아 좋은 일에 쓰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래서 몇달 실천을 해봤는데 벌써 수십만원이 모였다. 1년동안 하면 수백만원이 모일 듯 싶은데 다가오는 연말에 좋은 일에 내놓을 생각이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임 변호사는 “아이들에게 아빠가 봉사하는 것에 대해 물어본 적은 없지만 아이들 스스로가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삶의 기준을 세우는데 하나의 롤모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간혹 아들과 함께 목욕봉사를 나가면서 말이 아닌 몸으로 보여주는 교육을 하게 되는 것도 봉사의 보람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식상한 말이지만 봉사를 하면서 내 그릇이 더 커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며 “봉사를 통해 남이 아닌 내가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글·사진|양규원기자 y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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