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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인천공항의 굴욕

동유럽 작은 나라 크로코지아의 평범한 남자 나보스키는 어느 날 미국 뉴욕 입성의 부푼 마음을 안고 JFK 공항에 도착한다. 그러나 입국 심사대를 빠져 나가기도 전에 들려온 청천벽력 같은 소식. 그가 미국으로 날아오는 동안 고국에선 쿠데타가 일어나고, 일시적으로 유령국가가 되었다는 것. 고국으로 돌아갈 수도, 뉴욕에 들어갈 수도 없게 된 그는 결국 공항에서의 노숙을 시작한다. 지난 2004년 개봉한 톰 행크스 주연 영화 ‘터미널’의 시작 줄거리다. 이 영화는 프랑스 샤를 드골 공항의 지하상가 내 약국과 옷가게 사이 공간을 집으로 삼아 16년 동안 생활했던 이란인 나레리라는 노숙자의 실제 이야기를 영화화 했다고 해서 전 세계적으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공항은 이처럼 세상만사가 펼쳐지는 곳이며 각본 없는 드라마가 쓰여지는 곳이다. 떠나고 돌아오고, 만나고 헤어지고, 기쁨·슬픔과 설렘·긴장이 교차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또한 모든 곳을 향해 열려 있으면서도 누군가에겐 닫혀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세계인 누구나 어디든지 나가고 들어올 수 있지만 신분이 불분명한 무국적자와 범법자들은 마음대로 드나들 수 없어서다.

흔히들 공항을 하나의 작은 정부라 부른다. 특히 국제공항의 경우는 한 나라의 관문역할을 하는 만큼 거의 모든 정부부처가 상주하고 있어서 그렇다. 인천공항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이곳에 나와 있는 정부 부처는 19개에 이른다.

물론 상주 기관이 많다고 세계적 공항대열에 끼는 것은 아니다. 출입국이 간편하고 보안이 완벽한 반면 다양한 편의 시설이 구비돼 있어야 명품공항으로 인정받는다. 인천공항은 이런 면에서 세계 최고다. 입국 13분, 출국 18분으로 입출국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이며 환승 최소 연결시간도 45분으로 주변국 경쟁 공항을 크게 앞서고 있다. 덕분에 ‘항공업계의 노벨상’으로 꼽힌다는 국제공항운영협의회(ACI) 평가에서 ‘세계 최고 공항상’을 11번이나 연속으로 수상했다. 이는 세계 공항업계에서 유래 없는 기록이다. 이런 인천공항이 요즘 연속된 보안 실패로 체면이 말이 아니다. 더불어 ‘동북아 허브공항’ 지위도 위협받는 상황이라고 한다. 안타깝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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