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그동안 많은 성장을 이루어냈다. 1980년대 중후반까지 사치향락 사업으로 분류된 관광은 국가에서 장려하지 않은 전형적 산업이었다. 그러나 1988년 올림픽을 기점으로 해외여행 자율화 등의 전환기를 맞아 관광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었다. 국가 육성산업이 필요했던 김대중 정부에서는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전략산업으로 인정하고 집중 추진하기도 하였다. 이후에는 국가차원의 ‘한국 방문의 해’를 기획하는 등 해외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제관광 수요도 1978년 100만명, 22년만인 2000년에 500만명, 2014년 1천420만명, 1천600만명 이상을 기대했던 2015년은 메르스의 영향을 받아 1천323만명에 머물기는 하였으나 그 성장 폭은 기대 이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이같은 관심이 반영되어 관광학계에서도 국제관광 수요(demand), 결정요인(determinants)에 대한 연구들이 진행되었다. 아웃바운드(outbound)보다는 인바운드(inbound) 개념에서 출발하여 자국 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대륙별, 인근 중요국가별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의 인과관계를 밝히는 연구가 주를 이루었다. 요약하자면, 주요 결정요인은 소득, 상대물가(relative price), 교통비용(거리와 관련이 있는 항공료 등), 환율, 자원매력도 등이며 소득과 자원매력도는 긍정적(positive)으로 상대물가, 교통비용, 환율은 부정적(negative)으로 국제관광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반영하는 관광현상(국가규모, 경제수준, 환율)이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중국, 일본에서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국가규모(인구)와 경제성장(소득 증가)은 우리나라와 일본의 해외 관광객 수 성장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엔화 평가절하는 중국 해외관광객의 일본 편중을 부추겼다. 2015년 우리나라 해외관광객 감소, 국제관광수지 적자 역대 최대에 반하여, 일본의 최대 해외관광객 유치, 53년만의 국제관광수지 흑자는 3국의 국제관광수요 결정요인 역학관계에서 발생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언급된 국제관광수요 결정요인은 수용국가의 직접적인 통제보다는 세계 경제상황과 관광송출 주요국가의 경제, 사회, 문화 등 제반 상황과 연계되어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특성을 감안하여 국가는 그들만의 관광수용태세를 갖추고자 노력하고 있다. 2015년 해외 관광객 1천900만명, 53년만의 관광수지 흑자를 거둔 일본의 관광전략과 사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최근 국제관광에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과 같은 아시아권 이슬람 국가들의 해외여행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에 있다. 이를 고려하여 일본은 돼지고기를 전혀 먹지 않는 이슬람권 관광객을 배려해 식재료에 돼지고기나 알코올을 전혀 쓰지 않는다는 할랄(아랍어로 허용된다는 뜻임) 인증제를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지역과 종교를 겨냥한 맞춤형 전략이다. 또한, 대형 재난 체험관은 지진, 쓰나미가 잦은 동남아 관광객들에게 공감을 불러오는 명소로 등장했다. 이들 모두 배려와 공감을 담은 일본의 관광정책과 전략이다.

최근 관광객의 욕구 다양화, 가치의 다변화는 새로운 관광수용태세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관광객이 느끼는 사소한 불편이나 아쉬움을 찾아내 고객의 입장에서 서비스를 개선해 만족도를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 마이크로 밸류 마케팅(micro value marketing)이다. 거액을 투자해 신기술로 무장한 첨단의 제품을 출시하고 무차별적인 광고를 퍼붓는 기존의 매크로(macro) 마케팅 방식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작은 가치’, ‘작은 배려’에 집중하여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다.

국제관광 수요는 국내외 경제·사회적 상황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주요 송출국과 국내 상황이 관광동향에 미치는 영향관계에 대해 예의주시하여야 하며, 관광객의 욕구와 가치 등을 고려한 배려와 공감을 관광정책에 반영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