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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의 世上萬事]핵, 그리고 사드(THAAD)

 

20년 전 사회부 차장으로 근무할 때 얘기다. 아침에 출근하니 문화부의 후배기자가 전날 정보석이 회사에 왔었다고 했다. 내 자리에 있던 사진을 보고 놀라며 “준구 형 안양예고 선생님 하고 있지 않나요?” 그래서 신문사로 옮겨 근무한 지가 꽤 됐다고 했단다. 절친한 후배였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서로 바쁘다 보니 10년 이상을 연락 없이 지냈던 터다. 아주 우연한 기회에 그렇게 연락이 닿게 돼 요즘은 가끔 만나기도 한다. 정보석은 당시 김진명의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반도일보 권순범기자’의 역을 맡았다. 신문사 장면을 경인일보에서 촬영했던 것이다. 한국이 낳은 천재 물리학자 이용후는 노벨상의 명예와 보장된 부귀영화를 버리고 조국으로 돌아왔다. 핵을 개발하는 도중 의문의 교통사고로 죽는다. 이어 박정희 대통령까지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에 의해 이해하기 어려운 죽음을 당하게 된다. 두 사람의 죽음으로 묻혀버린 비밀의 유산과 그것을 찾으려는 미국의 음모가 시작된다. 10여년 후, 한 기자가 사건의 전모를 밝히기 위해 끈질긴 추적을 한다.

300만부가 팔려 당시 베스트셀러가 됐으나 영화는 흥행하지는 못했다. 김진명의 소설이 대부분 그렇듯이 픽션(허구)이면서도 현실감이 있어 독자들의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이 소설과 영화는 당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역학구조와 상황을 낱낱이 드러내주었다. 영원한 우방인줄 알았던 미국이 베트남 전쟁에서 발을 뺐다. 나아가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의식해 ‘아시아는 아시아인들의 것’이라며 아시아 안보에 발을 빼는 듯한 입장을 취했다. 그래서 국가안보를 우려하던 박정희 대통령과 핵무기를 개발하던 실존인물 이휘소 박사의 죽음이 소재다. 그 때의 국제관계는 당시에 벌어지던 실제 사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 소설 속에 전개된다. 게다가 시중에는 주변국인 중국과 러시아, 북한이 이미 핵무장했고, 일본은 우라늄 농축을 하고 있어 언제라도 핵무장이 가능한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핵무장을 해야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마저 떠돌았다.

그런데 20년이 지난 오늘 날 소설과 거의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번 설 연휴기간에 북한이 수소폭탄실험을 했다. 엊그제는 미사일(로켓)도 쏘아올렸다. 북한의 핵무장을 해제하기 위한 그동안의 노력들이 헛수고가 됐다. 중국의 역할도 이젠 한계가 있어 보인다. 개성공단을 폐쇄하는 조치를 취했지만 북한의 핵무장을 해제하기에는 어떤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이러한 가운데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15일 국회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핵 무장론을 공식 제기했다. 그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맞서 우리도 자위권 차원의 평화의 핵과 미사일로 대응하는 것을 포함하여 생존전략을 고민할 때”라고 했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문제도 2014년 광복절을 기해 출간된 김진명의 소설 ‘사드(THAAD)’에서 이미 언급돼 주목을 받았다. 책에서 그려낸 한반도의 안보상황과 국제사회의 역학관계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사드는 한반도의 전쟁 억지력을 발휘하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수단이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가 문제다. 특히 중국으로서는 한국의 사드 배치가 ‘눈엣가시’가 된다는 점에서 적극 반대하고 있다. 장예쑤이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도 16일 우리나라 외교부에서 열린 제7차 한중 외교차관 전략회의에서 한반도 사드배치 문제에 대해 미국과 한국이 신중하게 행동하기 바란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이미 우리나라에 대한 경제보복도 언급했다.

한반도의 ‘신냉전’ 분위기가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북핵과 사드배치를 둘러싸고 자칫 미국 중국과 러시아, 일본 등 주변 국가들의 힘겨루기가 숨겨져 있는지도 모른다. 정부의 고민도 깊어진다. 뾰족한 해답은 독자들에게 제시하지 않았지만 소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와 ‘사드’를 다시 읽어보고 싶은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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