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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행복한 죽음

불가항력이라는 죽음. 특히 예고된 임종을 앞둔 사람이 가장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호스피스 병원에 입원중인 환자에게 물었다고 한다. 그랬더니 “집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대답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사랑하는 가족의 보살핌 속에 죽음에 대한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고 싶은 마음. 어찌 보면 인간의 본성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작 집에서 죽음을 맞는 환자는 10명 중 1명 정도인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여기엔 가정 호스피스제도의 부재도 한몫하고 있다.

인간의 존엄성을 발견하고 확보해 주는 선진의료제도인 호스피스는 ‘가능한한 안락하고 충만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고 돌보는 활동’ 또는 그 같은 일을 하는 기관을 뜻한다. 품위 있게 죽을 권리를 중시하지만 환자의 죽음을 결코 의도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안락사와는 다르다. 다시 말해 죽음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도록 돕고 고통을 덜어줌으로써 남은 시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명칭은 라틴어 hospes(host와 guest의 합성어, 손님을 맞아 돌본다)에서 유래했다. 중세기엔 성지순례자들이 하룻밤을 쉬어가는 곳이라는 의미로 쓰였다. 요즘은 ‘완화의료’라는 용어와 함께 말기 환자의 육체적 통증을 완화해 주기 위한 치료를 하며 편안하게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돌보는 전문병원을 일컫는다. 1815년 아일랜드 더블린 자비수녀원 수녀들이 길에서 죽어가는 환자들을 데려다 임종준비를 시킨 게 시초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수녀들이 1963년 강릉의 갈바니병원에서 호스피스 활동을 시작한 것이 최초다. 이후 1982년 서울의 강남성모병원을 중심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는데 2002년 정부가 제도권 밖에서 운영돼온 호스피스제도를 활성화하면서 병원중심으로 정착했다.

하지만 사회적 관심과 지원 미흡, 인력·재정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 그나마 보험급여의 제한 등으로 말기 환자의 5%밖에 혜택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런 사정을 완화코자 정부가 가정 호스피스사업을 오는 3월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늦은 감은 있으나 잘한 일이다. 그리고 행복한 임종준비의 폭도 넓어져 다행이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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