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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 행위인 필리버스터의 역사는 꽤 오래다. 기원전 로마시대까지 거슬러 오른다. 당시 로마 원로원은 모든 의사 결정은 일몰 전에 끝내야 한다는 규정을 뒀다. 일몰 후에는 어떤 의사 결정도 할 수 없었다. 일부 의원들은 상대 정적의 청원을 무산시키기 위해 장광설을 늘어놓으며 일몰을 넘겼는데 이것이 지금의 필리버스터 시초라는 것.

용어는 16세기 카리브해의 ‘해적선’ 또는 ‘약탈자’를 의미하는 스페인어 ‘filibustero’에서 유래한 말로, 원래는 서인도의 스페인 식민지와 함선을 공격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러다가 1854년 미국 상원에서 캔자스, 네브래스카 주를 신설하는 내용의 법안을 막기 위해 반대파 의원들이 의사진행을 방해하면서부터 정치적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지금은 다수파의 독주를 막기 위한 제도로 활용되며 미국을 비롯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지에서 시행 중이다.

세계 최장 필리버스터는 1957년 미국의 상원의원인 스트롬 서먼드가 세운 기록이다. 무려 24시간 18분에 달한다. 당시 그는 흑인 투표권 보장을 위한 법안 제정을 막기 위해 꼬박 하루 동안 연설을 했고 나중엔 전화번호부를 펴들고 읽어 내려갔다. 사전 준비도 철저히 한 것으로 유명하다. 생리 현상으로 인한 중지를 막기 위해 사우나로 몸속의 수분을 제거했고, 자양강장제를 비롯한 몇 가지의 약도 준비했다. 그 외에도 그가 연단에서 내려오려고 할 때 비상 상황을 대비해서 보좌관에게 물 한 양동이를 들고 대기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선 1969년 8월29일 박한상 신민당 의원이 3선 개헌을 막으려고 10시간5분 동안 발언한 것이 기록이다. 당시 속기사 60여명이 동원됐다.

지난 1973년, 다수결의 원칙을 무시하고, 의사진행을 지연시켜 국회의 기능을 마비시킨다는 이유로 폐지했던 필리버스터는 2012년 ‘무제한 토론제’란 이름으로 부활했다. 그리고 지난 23일 여당이 상정한 테러방지법 통과를 저지시킨다며 야당에 의해 47년 만에 재등장, 나흘째 진행 중이다. ‘토론’보다는 법안 통과 저지에 사용되는 필리버스터, 과연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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