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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고로쇠 수액

손바닥 모양의 큼지막한 붉은 단풍잎은 캐나다의 상징이다. 국기에도 있다. 그만큼 캐나다엔 단풍나무와 단풍나무숲이 많다. 캐나다인들은 예부터 이 같은 단풍나무를 지혜롭게 이용했다. 그중 하나가 수액이다. 신대륙이 발견되기 이전부터 원주민이 활용했다는 수액은 수백 년이 지난 지금은 ‘메이플시럽’이란 이름으로 캐나다를 대표한다.

호박색의 시럽은 매년 3~4월 나무에 V자형으로 칼집을 내 흘러나오는 수액을 받아 끓여서 만든다. 이 시럽은 빵에 발라 먹고 홍차에 넣어 마시기도 한다. 특히 설탕 대신 여러 가지 요리에 사용되는데, 향만 가지고도 캐나다 전통음식이라는 것을 구분해 낼 정도로 독특함이 있다. 뜨거운 시럽을 쌓인 눈 위에 떨어뜨려 만든 사탕도 유명하다. ‘잭 왁스’ ‘메이플 인 더 스노’라고 불리는 이 사탕은 ‘메이플 캔디’라 해서 캐나다 대표 간식으로 통한다.

캐나다 단풍나무 수액처럼 나라를 대표하는 수액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도 ‘국민수액’이 있다. 같은 단풍나무과에 속하는 고로쇠 수액이 그것이다. 위장병과 골다공증 치료에다 남자에게 좋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들 사이에 수십 년째 그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 매년 봄 사람들이 수액을 뽑아 나무가 괴로워서 고로쇠라고 불린다는 말도 있고, 뼈에 좋은 물이라 하여 ‘골리수(骨利樹)’에서 이름 붙여졌다는 설도 있다.

고로쇠나무가 알려진 데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도 전해진다. 삼국시대에 백제와 신라의 병사들이 섬진강을 옆에 끼고 중간에 있는 백운산에서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고 한다. 신라 병사들이 샘물도 안 보이고 지치고 목이 말라 기운을 잃어갈 차에 화살이 꽂힌 한 나무에서 맑은 물이 흘러나오는 것을 보고 그 물을 마셨더니 갈증이 해소되었다는 것. 그뿐만 아니라 힘도 용솟음쳐 백제군을 물리치고 싸움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내용이다. 캐나다 단풍나무처럼 당분이 있는 수액이니 당연히 힘을 차리는 데 도움이 된 것이 당시엔 신비로웠나보다.

요즘 전국적으로 고로쇠 수액 채취가 절정이라고 한다. 오랫동안 국민 건강도 지키고 농가 소득도 높일 수 있도록 무분별한 채취가 없었으면 좋겠는데….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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