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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의 世上萬事]청년들… 그래도 꿈과 희망을 노래하자

 

30년이 넘은 일이지만 나는 그래도 졸업 전에 취업이 됐었다. 신문사 방송국 광고회사 등등 여러군데 시험을 봐 고배도 마셔봤다. 방송국과 꽤 큰 광고회사에는 최종면접까지 갔지만 기회가 닿지 않아 실망도 했다. 궁즉통(窮則通)이라든가? 여러 군데 선택할 기회가 주어졌다. 지금의 청년들은 배부른 소리라 하겠지만 직장을 골랐다. 고르는 것이 지금 생각하면 만만하지는 않았다. 영화를 공부한 탓에 졸업 전에 애니메이션 제작회사에 들어갔었다. 그러나 3개월을 못 버티고 나왔다. 하루종일 책상에 앉아 만화영화의 스토리보드를 보는 게 적성에 맞지 않았다.

하루는 또 교수님께 집으로 전화가 왔다. 학교에 추천서가 와있는데 가보겠느냐고 했다. 신당동에 위치한 면접장으로 갔다. 웬걸 서울시내 대학의 신문방송학과 연극영화학과 출신 10여명이 왔다. 운이 좋았는지 합격을 했다. 당시는 어렵던 해외여행도 해봤고, 운전면허증도 있는 게 스펙이었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도로교통공단이 된 도로교통안전협회였다. 지금 생각하면 선호도 1위에 버금갈 직장이다. 그런데 나는 건방지게 발로 찼다. 무식해서였을 까, 미래를 예측하지 못 해서였을까? 과장님은 교통법전을 주며 그것만 읽도록 시켰다. 또 그만두었다.

졸업식 직전까지 전전긍긍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그해 3월부터 고등학교 선생으로 가게 됐다. 용케도 교직과정을 이수해 국어교사 자격증을 따놓은 상태여서다. 그러나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기자가 되고싶어 계속 언론사의 문을 두드렸다. 선생도 3년을 꽉 채우지 못 한 채 신문사로 옮겨 30년이다. 중간에는 대학교수도 3년을 해봤다. 일선 기자 시절 모교에 취재하러 갔다가 행정실장이 잘 아는 분이어서 나의 고교생활기록부를 같이 보게 됐다. 그때 안 사실이지만 생활기록부의 장래희망란에는 ‘저널리스트’라 돼 있었다. 교육학에서 자성예언(自成豫言)이란 말이 있다.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바를 마음속에 반복하여 심으면 언젠가는 그것이 이루어진다는 뜻인데 기자라는 직업이 늘 나의 마음속에 자리했었을 법하다. 영화사 공기업 선생 교수 모두가 내 몸에는 맞지 않는 옷이었나보다. 누군가 말했듯이 인생유전(人生流轉)이다.

80년대 우리가 겪지 못 했던 것을 요즘 청년세대들은 추운 날씨보다도 더 혹독하게 겪고 있다. 대학 졸업식의 분위기는 썰렁하기 이를데없었다고 한다. 지난 2월 한 취업포털사이트에서 1천여 명 대학졸업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취업상황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다. 응답자 중 16.9% 만이 정규직에 취업했다. 22.2%는 비정규직으로 취업했거나 인턴 또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60.6%는 취업하지 못 했다고 응답했다. 10명 중 6명은 졸업과 동시에 백수다. 취업난의 현실이 사회인으로서 새 출발을 축하해야 할 졸업식의 풍속마저 바꾸고 말았다. 우리 시대의 슬픈 자화상이다.

그래서 청년 실업을 빗대 등장하는 기발한 신조어들이 쓴웃음을 자아낸다. 대기업의 취업 경쟁률은 수 십대 1을 넘는다. 옛날에는 관심두지 않던 9급 공무원시험에 열광한다. 9급 공무원을 폄훼하는 건 아니다. 세상이 그만큼 변했다는 얘기일 뿐이다. 나와 같은 대학에 시험을 봤다가 낙방한 고등학교 동창생은 1977년 9급 시험을 봤다. 지금은 고시출신이 부럽지 않은 경기도내 큰 시의 부시장(2급·이사관)이다. 대학시험 떨어지고 공무원했는데 이사관까지 올랐다고 ‘쿨’하게 얘기하는 친구다. 이렇게 인생은 돌고 도는 것이다.

젊은이들은 ‘전화기’를 ‘취업률 깡패‘라고 부른다. 공대의 전기전자 화공 기계과의 취업률이 90%를 넘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반면 ’인구론‘이나 ’문송합니다‘라는 말도 있다. ’인문대 출신 90%가 논다‘는 의미에 더 나아가 문과여서 죄송합니다’라는 얘기다. 심지어 국문과를 ‘굶는과’로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이도 잠시뿐. 언제 세상이 변할지 아무도 모른다. 인생은 유전(流轉)이다. 지금 당장 어렵다고 늘 그런 게 아니다. 용기를 잃지 않고 꿈과 희망을 노래하는 청년들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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