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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관광파파라치

‘파파라치(paparazzi)’라는 말이 외래어로 우리 사전에 오른 것은 1997년 9월 24일이다. 그해 8월 31일 영국 다이애나비의 서거소식이 전해지던 날 언론에 등장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한 낯선 말이 채 한 달도 안 돼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것이다. 그만큼,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우리사회에 급속도로 퍼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파파라치는 이탈리아어로 ‘웽웽거리며 달려드는 벌레’를 의미한다. 조개껍데기가 여닫히는 모습이 마치 카메라 렌즈의 여닫힘과 비슷하다고 해서 조개를 일컫는 이탈리아 방언에서 따 왔다는 어원설도 있다. 그러나 이보다는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이 1960년 만든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진드기 같은 사진기자 이름을 파파라초(paparazzo)라고 붙이면서 지금의 뜻을 갖게 됐다는 게 정설로 알려져 있다. 파파라치가 유명인의 사생활 폭로를 전문으로 삼는 카메라맨을 가리키게 된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

정부는 2005년 파파라치를 우리말 ‘몰래제보꾼’으로 바꾸고 사용을 권장했다. 각종 불법행위에 대해 누구나 고발을 할 수 있고 포상금도 준다는, 이른바 ‘신고포상금제’를 시행하면서였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우리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오히려 파파라치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져 ‘O파라치’라는 새로운 이름이 뿌리 내렸다. 네 글자 가운데 머리의 ‘파’자가 빠진 대신 다른 접두어와 합쳐져 복합명사로 변신한 것. 자동차, 일회용 비닐봉투, 쓰레기, 탈세, 미성년자에 대한 술 판매, 부정 선거 등을 가리키는 카파라치, 봉파라치, 쓰파라치, 세파라치, 술파라치, 선파라치 식이다. 현재 그 종류만도 600종에 가깝고 전문 신고꾼도 3000명 이상이 전국구로 맹활약하고 있다고 하니 ‘파파라치 공화국’이나 다름없다. 법을 경시하는 풍조와 이웃의 부정을 고발하도록 부추기는 시류가 맞물린 우리의 자화상이기도 하고.

이런 가운데 중국인 관광객 상대 바가지를 잡아내는 ‘관광파파라치’ 제도가 다음 달부터 새로 시행된다고 한다. 그동안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오죽했으면 이런 제도를 내놨을까. 문체부의 고육지책이 눈물겹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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