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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한국전통색과 전통염색법의 현대적 의미

 

1992년, 한국전통염색 연구를 위해 진학한 대학원에서 염색법을 공부할 때는 지금처럼 해석된 자료가 없었다. 빙허각 이씨가 지은 ‘규합총서’와 서유구의 ‘임원십육지’에 나와 있는 한자로 된 문장 해석을 위해 이제는 사멸된 한자를 읽을 수가 없어 온갖 노력을 하다가, 수원의 200년된 남문시장 오래된 한약방에서 지금은 돌아가신 주인할아버지가 알려 주어서 해석을 하게 된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한국전통색은 한민족의 깊은 영향을 끼친 사상적 원형인 음양오행을 바탕으로 한국적 우주관의 근원을 이룬다. 이는 중국을 비롯한 동양권에서는 중요한 사상으로 음(陰)과 양(陽)에서 파생된 오행(五行) 즉, 수(水)·화(火)·목(木)·금(金)·토(土)의 움직임으로 우주와 인간생활의 모든 현상과 생성소멸을 해석하는 사상이다. 생활사적으로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학문적으로도 인문지리인 동시에 자연과학이며 철학으로, 서양 학문이 가지고 있는 분리적 성격을 극복하고 있는 통합 학문이다. 오방색은 음양오행의 오행을 색으로 나타낸 것으로 목(木)은 동쪽인 청(靑), 금(金))은 서쪽인 백(白), 화(火)는 남쪽인 적(赤), 수(水)는 북쪽인 흑(黑), 토(土)는 중앙인 황(黃)을 의미하며 흰색·황색·적색은 양(陽)이고, 청색·흑색은 음(陰)이다. 또한 오방색 사이에 오간색인 녹색, 벽색(짙은 푸른색), 홍색, 유황색, 자색있다.

특히 오방색과 오간색의 합인 색동옷은 무병장수와 제액을 기원하는 뜻이 들어 까치설날인 섣달 그믐날에 어린이에게 입혔다. 오방색 천이나 실은 불상의 복장에 간수되기도 하였다. 태극기도 음양오행사상에 의해 만들어졌고, 음식의 맛과 색상에서도 음양오행의 원리가 자리잡고 있다. 맛에서는 맵고, 달고, 시고, 짜고, 쓴 오미를 색상에서는 오색을 조화시키려 한 예가 많다. 궁중음식으로 대표되는 우리 전통음식의 색은 음양오행의 원리에 따라 오방색의 조화를 중시하였다.

고구려는 염직이 발달되어 왕은 오채라 하여 색깔 옷을 착용했으며, 신하는 푸른색, 붉은색 비단모자에 갈색의 가죽신을 착용했고 서민은 갈의을 입었다. 백제는 고이왕 때 품계에 따른 복색제도를 정했고, 신라에서도 법흥왕 때 백관들의 공복을 옷색깔로 구분 짓고 군관들의 신분도 옷깃의 색깔로 지정했다. 특히 신라에서는 염색기술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관영공장을 둘 정도로 염색문화가 찬란히 발달했다. 삼국의 우수한 염색기술을 바탕으로 고려와 조선조에 와서는 더욱 다양한 염직물을 생산했다. 생활 속에 활용된 색채문화와 궁중문화 속의 복색을 통해 다양한 색채 감각의 표현을 볼 수 있으나, 염재의 희소성과 고가성, 염색기술의 숙련성으로 서민들의 일상생활에 있어서의 색채 사용은 자유롭지 못한 점도 있었다.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한국의 전통색을 발견할 수있는 대표적 장소가 수원화성으로 ‘령(令)’, ‘순시(巡視)’라 쓰여있는 깃발을 볼 수 있다. 장용외영 5위의 군사들이 수원화성을 지킬 때 깃발의 색깔로 5위의 경계 구역을 구분했으며, 오방색으로 방향을 표시한 것으로, 남쪽의 팔달위는 붉은색 깃발, 북쪽의 장안위는 검정색 깃발, 동쪽의 창룡위는 청색 깃발, 서쪽의 화서위는 흰색 깃발이 퍼럭이고 있다.

선진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국민소득 3만불이 넘으면 사람들은 손으로 만드는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그 가치를 높이 평가하며, 4만불이 넘으면 구입하여 생활속에서 즐기게 된다. 그래서 그 과정중인 지금 한국의 전통섬유문화인 규방공예 보자기와 그에 따른 전통색 재현이 각광을 받고 많이 제작 되어지는 것이다. 또한 한국전통염색법에서 파생된 천연염색의 발전도 갈수록 심화되어 우리의 잃어버린 아름다운 색명도 다시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다. 더불어 소중하고 아름다운 우리 문화유산이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어 현대미술로 재탄생되고, 각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발전해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즐거움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을 보며 한국전통색과 전통염색법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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