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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성 칼럼]아부로 표를 얻겠다고?

 

1956년 국회에서 이른바 ‘대통령 방귀사건’이 폭로됐다. “이승만 대통령이 광나루에서 낚시를 하던 중 방귀를 뀌자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익흥 내무장관이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라고 아부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야당은 “그런 사람이 대통령을 보필하고 장관 노릇을 하면 대한민국의 명의가 서겠는가.”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 장관은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지만 국회속기록엔 아직 남아 있다. 그리고 이 ‘알랑방귀 사건’은 건국 이래 아첨의 대명사처럼 지금까지 전해온다.

아부는 남에게 잘 보이거나 환심을 사기 위해 알랑거리는 행위다. 권력층을 비롯 가진 자를 대상으로 자주 이루어진다. 특히 최고 권력자에 대한 측근들의 충성맹세를 통해 나타나는 경우 ‘압권’인 것들이 많다. 그리고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이승만 대통령 시절은 물론이고 박정희 대통령을 거쳐 지금의 정권에 이르기까지 소위 간신배 같은 측근들이 했다는 숱한 아부성 발언이 전해지고 있다. 아첨의 역겨움을 자못 신랄하게 비판한 연옹지치(?癰?痔), 즉 종기의 고름을 빨고 치질 앓는 밑을 핥는다는, 표현하기조차 거북스런 말도 아랑곳하지 않는 내용들이다.

그러나 세상엔 최고 권력자에 대한 아부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일상생활 속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심지어 어린아이까지 아부를 한다. 물론 이럴 경우엔 아양이라 표현하지만 의미에 있어선 다르지 않다.

아양 떠는 모습을 한 번 떠올려보면 더욱 그렇다. 대체로 아양을 떠는 사람은 여자이다. 그것도 젊고 예쁜 여자이다. 젊고 예쁜 여자가 콧소리를 내며 머리나 몸을 살살 흔들면서 애교를 떨면 웬만한 남자는 코를 벌름거리며 히죽거리게 마련이다. 속된 표현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물론, 젊고 예쁜 여자만이 아양을 떠는 것은 아니다. 나이 든 여자나 못생긴 여자, 다 큰 남자도 아양을 떨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이 아양을 떨면 왠지 어색하고 징그럽다. 특히 남자가 ‘아양’을 떠는 모습이란 꼴불견이다. 남자가 아양을 떨면 ‘아첨’과 ‘아부’나 다름이 없다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게다. 대표적인 사람들이 아마도 정치인들 아닌가 싶다. 특히 국회의원이 되고자 하는 정치인들이 그렇다. 4년마다 나타나 국민을 상대로 아부와 아첨도 모자라 아양까지 떨어 왔으니 말이다.

최근 19대 국회를 평가하는 설문에 80%가 넘는 국민들이 잘못했다고 평가를 했다. 올해 처음으로 유권자가 된 청년들이 태어난 20년 전이나 현재나 정치권은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는 질타도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고 부도덕한 집단으로 치부 받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공천 작업을 마무리 하지 못한 여야를 들여다보면 더욱 가늠하기 쉽다. 후보등록 코앞까지 민생은 어디에도 없고 눈만 뜨면 계파의 권력싸움만 하고 있다. 이러면서 국민이 신뢰하는 정치를 하겠다고 한다. 참 한심한 일이다.

20대 총선에 출마한 일부 후보들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줄은 권력자 앞에 섰으면서 국민들에게 표를 달라고 알랑거리니 말이다. 염치도 없이 아부하는 꼴이다. 따라서 만약 그들이 국회에 입성하면 다음 국회 역시 변화를 기대하기가 어렵다고 얘기한다. 예전과 다를 것 없게 국민보다는 계파의 보스에게 충성을 할 것이며, 사회의 개혁보다는 자신의 몸보신을 앞세울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하지만 선거 때만 되면 정치인들이 국민에게 떠는 아부는 식을 줄 모른다. 아니 시간이 갈수록 아부의 정도가 극에 달하고 있다. 또 서민을 외치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말하는 이러한 아부에 그동안 국민들은 번번이 속아 왔다. 공약(空約)으로 유권자들에게 아부하면 나라 장래를 암담하게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번만은’이 낳은 결과지만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 됐다.

수즉재주수즉복주(水則載舟水則覆舟),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혹은 엎기도 한다. 여기서 물은 백성, 배는 군주를 뜻한다. 순자(荀子) 왕제편(王制篇)에 나오는 말이다. 이제 20대 국회의원선거가 21일밖에 남지 않았다. 배를 순항시킬 것인지, 뒤엎어 버릴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백성의 몫이며 그 시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아울러 그 시기는 나대는 ‘알랑방귀 쟁이’들을 가려내기 위해 정신 바짝 차려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러려면 과거와 달리 유권자인 국민이 단호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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