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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점點과 선線

점點과 선線

/조영심

서로 생각이 비낀 두 점은

지하통로 예각을 넓히고 나뉘었던 것인데



흐르는 강물 같은 상하행선 철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섰던 그날의 우리,



말 못한 말들이 레일 위를 내달리고

웅변이 된 침묵이 공간에 전송될 때



헤어짐의 무게중심을 각자의 기하학으로 설명했지



무한의 길이에 멈춰선 시작이거나 끝인

평면 위의 두 점 또렷한 명제로

울컥 내분점을 찍고 출렁 외분점을 찍었지



직선만이 끝없는 길이 아님을

나만 알고 여기 남아 있었지



어디 길이를 가늠 못할 틈새로

휩쓸려버린 사람아



- 조영심 시집 ‘소리의 정원’

 

 

 

길의 선택은 오로지 나의 몫이다. 지금 머무는 그 지점을 깊숙이 파 내려갈 것인가 아니면 다른 길을 찾아 직선처럼 앞만 보고 뻗어 갈 것인가. 그러한 선택의 길 입구에는 무수히 만났다 헤어진 인연들이 있다. 서로의 생각이 달라 흐르는 강물 같은 상하행선 철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 섰던 그 날, 의 우리는 함께 길을 가지 못한 인연 중의 한 사람이다. 서로 생각이 비낀 두 점이 지하 통로 예각을 넓히고 나뉘며, 헤어짐의 무게중심을 각기 기하학으로 설명하다 울컥 내분점을 찍고 출렁 외분점을 찍어버린 우리는 그렇게 어디 길이를 가늠 못 할 틈새로 휩쓸려버린 그 사람이 때로 그립다. 하지만 이 세상 어디엔가 선이 되고 점이 되어있는 그 각자의 길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남아있는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덜어보는 일일 터, 나의 길을 가자. 충실히 가자.

/서정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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