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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불혹(不惑)의 연령대

1971년 김영삼 신민당의원은 제7대 대통령 선거 후보지명전에 나서면서 ‘40대 기수론’을 주창했다. 그는 야당이 국민에게 활기 있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서는 40대에게 리더십을 넘겨줘야 한다며 이 같은 논리를 내세운 것이다. 그의 나이는 44세였다. 이에 가세하여 김대중(45세) 의원과 이철승(48세) 의원도 뒤따라 출마를 선언함으로써 후보지명전은 ‘40대 기수’의 3파전으로 압축되었고 김대중 의원이 대통령 후보로 결정되었다. 결국 후보가 되지 못했지만 당시 김 전 대통령의 기수론은 ‘불혹의 연령대다운 주창’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공자는 40세를 불혹(不惑)이라고 했다.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자신의 주장이 보편타당하다 생각해 미혹됨이 없다는 뜻도 된다. 이런 말도 있다. “세상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아는 나이다. 이성적이고 도덕적이고 현실적인 가치관이 형성돼 바르지 못한 욕망을 다스리고 절제하는 능력도 어느 정도 갖춘 나이다.” 많은 사람들이 불혹의 연령대 주의·주장에 신뢰를 보내는 이유도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불혹의 연령대를 실속은 없으면서 허세로 떠벌인다는 뜻의 허장성세로 표현하기도 한다. 인간은 누구나 돈, 권력, 명예에 대한 욕망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욕망은 혈기가 가장 왕성한 40대에 강하게 고개 들기 시작한다고 해서다. 옛 선인들은 이를 경계하기 위해 현실적인 가치관으로서 지나치거나 바르지 못한 욕망을 다스리고 절제하라고도 했다.

최근 불혹의 연령대가 우리 사회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세대가 됐다. UN이 발간한 ‘세계인구전망 2015년 개정판’ 분석 결과, 우리나라의 중위연령이 40.6세로 나타나서다. 중위연령은 전체 인구를 연령에 맞춰 한 줄로 세웠을 때 가운데 위치하는 값이다.

이번 총선에서 40대 유권자가 전체 판세에 영향을 미칠 ‘스윙보터’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전체 유권자 중 21%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면서 무당층·부동층이 다른 세대에 비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혹되지 않는 그들의 선택이 기대된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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