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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피난처 가운데 원조는 단연 스위스 은행이다. 17세기부터 비밀 보장 조건으로 외국 예금을 유치하다가 1934년 비밀주의를 은행법에 명문화한 정책 덕분이었다. 예금주 정보는 은행에서도 담당 직원과 직속상관만 안다. 이름 대신 숫자나 문자로 계좌를 만들 수도 있다. 사법당국도 계좌 추적을 못하도록 한 것 등이 정책의 골자다. 당연히 세계의 ‘검은 돈’들이 몰려들었고, 오랜 세월 엄청난 규모의 ‘구린 돈’ 금고 구실을 톡톡히 해 냈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스위스 은행의 비밀주의 빗장이 풀렸기 때문이다.

지금은 스위스의 모든 은행들이 계좌 정보를 스위스 정부에 넘기게 되어 있다. 그러면 자동으로, 세금을 내야하는 계좌 소유자의 국가로 통보된다. 이 같은 국제 공조는 해외로 돈을 빼돌리는 역외탈세 규모가 전 세계 GDP의 30%를 넘어서면서 지하경제에 칼을 대야한다는 각국의 공감대가 있어서 가능했다.

세계 각국의 부호나 기업들이 떳떳치 못한 ‘뭉칫돈’을 감추려는 것은 자국 정부의 세금 추징을 피하기 위해서다. 이런 입맛(?)을 맞추고 수입도 올리며 탈세를 도와주는 곳이 조세피난처다. 전 세계적으로 지브롤터, 리히텐슈타인, 카리브해의 버진 열도, 버뮤다, 바하마, 카이만, 세이셀 등 38곳에 이른다. 이곳에선 법인세나 소득세 대신 회사 설립과 계좌 유지에 대한 수수료만 받는다. 외환 규제가 적고 금융거래의 익명성이 보장되는 것은 물론이다. 본국의 세금 징수에 대해 합법적 조세 회피 또는 불법적 탈세나 돈세탁을 하기에 딱 맞는 환경을 조성해 놓은 것이다.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탐사보도전문매체인 뉴스타파가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각국의 권력자, 부자들의 명단을 밝혀 세계적 관심을 끌었다. 거기엔 한국의 유명 기업인도 포함돼 국민의 분노를 샀다. 어제(4일) 이 매체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을 비롯 전·현직 국가지도자 72명과 축구 선수 메시, 배우 성룡, 한국인 197명 등 수백 명이 조세피난처를 이용하고 있다고 다시 폭로했다. 끝없이 나오는 한국인 역외탈루 소식, 어려운 살림에도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하는 그들이 궁금하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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