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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의 世上萬事]‘국해의원(國害議員)’을 솎아내자

 

제20대 국회의원을 뽑는 날이다. 선거운동기간에는 물론 각 당의 공천과정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공천 과정을 보면서 해도 해도 너무한다 싶어 투표도 하지 말아버릴까 하는 사람이 많다. 우리 국민들의 오랜 관습에는 학연 지연 혈연이 자리하고, 유권자와의 친불친(親不親)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젠 유권자도 바뀌어야 한다. 후보자를 선택하는 다양한 형태가 있지만 올바른 기준은 ‘헌법’이 돼야 한다. 헌법 제1조1항에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되어 있고, 2항에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돼 있다. 우리의 권력을 대신 행사하라고 뽑아놓은 정치인들인데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나 모두 이런 헌법 정신을 망각하고 있는 듯하다.

국회의원은 정년이 없어 70세가 훨씬 넘어서도 더 하겠다고 욕심부리고, 시정잡배만도 못한 싸움이나 하면서 ‘4년 계약직’에 목을 맨다. 왜 그럴까? 다 아는 사실이지만 그들이 누리는 특권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대통령을 향해, 총리와 장관을 향해 큰소리 칠 수 있고, 공무원들은 그 아래서 설설 긴다. 한 시민에게 들은 얘기다. 팔달산 중턱의 운동시설을 고쳐달라고 2년동안 수원시청에 민원을 제출했다고 한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국회의원 사무실 직원에게 하소연했더니 최근에 당장 고쳐졌더라는 것이다. 시민이 얘기하는 것은 우습고, 국회의원은 무서웠던 모양이다. 말 한 마디에 해결되기에 권력(?)의 맛을 느낀다. 국민이나 공무원들이 길을 잘못 들인 탓이다.

죽기살기로 국회의원을 하려는 이유는 더 있다. 세비(歲費)라 불리는 연봉은 수당을 포함해 1억5천만원에 이른다. 1인당 국민소득의 5.27배다. 노르웨이·스웨덴 같은 북유럽 선진국가 의원의 연봉은 1인당 국민소득의 2배가 안 된다. 여기에 4급 2명, 5급 2명, 6급 1명, 7급 1명, 9급 1명 등 최대 9명까지 보좌진을 거느린다. 연간 3억9천513만원의 혈세가 든다. 상임위원장이 되면 1개월에 1천만원의 판공비를 추가로 준다. 사무실, 의원실 운영비 교통비 기름값 전화요금 통신비 우편요금도 준다. 항공기는 비즈니스석이고, 선박 KTX도 공짜다. 금액으로 따질 수 없는 불체포 특권, 면책 특권도 있다. 누리는 특권이 200가지에 이른다. 그래서 정치는 ‘마약’이라고 했던가? 그런데 얼마나 일을 잘 하는가를 평가했더니 OECD 회원국 중 비교 가능한 27개국 가운데 26위에 그쳤단다. 꼴찌 수준이다.

그래서 국민들은 ‘국해의원(國害議員)’이라 부른다. ‘나라와 국민들에게 해를 끼치는 의원’의 줄임말로 ‘일부 국회의원들을 낮추어 부르는 표현’이라고 포털사이트 국어사전에도 등재돼 있을 정도다. 이제 유권자들은 나라에 해를 끼치는 ‘國害議員’을 골라내야 한다. 무조건 당을 보고 찍거나, 혈연, 학연, 지연 등에 얽매이지 말고 진정으로 나라를 위해 일할 국회의원을 뽑아야 한다. 국해의원(國害議員)을 국회로 보내는 우(愚)를 또다시 범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공천과정이나 선거운동 기간 중 이들의 모습을 똑바로 지켜봤다.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분별할 수 있고, 옥석을 가릴 능력도 있다. 정치에 혐오를 느낀다고 기권하는 것은 안 된다. 최선은 없고 최악이라지만 그 중에 차악(次惡)이라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이 굴다가 선거가 코 앞에 다가오자 표를 달라는 파렴치한 광경에 쓴웃음이 나오지만 냉소만 보내선 안 된다.

“정치란 선악을 판단하는 종교행사가 아닐세. 덜 나쁜 놈을 골라 뽑는 과정이라네. 그래야 ‘더 나쁜 놈들’이 점차 도태돼, 종국엔 ‘덜 나쁜 놈’이 좋은 사람으로 바뀌어 갈 것이 아닌가. 정치하는 사람들을 싸잡아서 ‘모두 다 도둑놈들이다’라고 말해 버리면 기분이야 시원하겠지만, 결국 더 나쁜 놈, 더 도둑놈들을 두둔하는 꼴이 된다는 말일세.” 사학자 고 함석헌 옹이 생전에 한 말이다. 그의 말처럼 ‘덜 나쁜 놈’이라도 찍으러 꼭 투표소에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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