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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재주복주(載舟覆舟)와 낭패

백성의 환호와 갈채를 한 몸에 받던 위정자일지라도, 처음의 뜻을 잊어버리고, 자신이 옳다는 독선과 자만에 빠져 백성의 요구를 묵살하면 백성으로부터 외면 당하고 권좌에서 쫓겨나게 된다는 것은 동서고금을 관통하는 보편의 상식이다.

재주복주(載舟覆舟)는 이같은 상식을 가장 잘 대변하는 사자성어다.“임금은 배이며,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또한 물은 배를 엎어버리기도 한다” 순자(荀子)의 저서 왕제(王制) 편에 나오는 말이다. 순자는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강조 했다. “'임금이 이로써 위태로움을 미리 생각한다면 장차의 위태로움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20대 총선의 결과를 보는 국민들의 마음이 꼭 이와 같지 않을까.

여당이 야당에게 제1당 자리까지 내주는, 헌정 사상 유례가 없는 정치상황을 보며 ‘낭패(狼狽)’란 말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옥편에 ‘낭(狼)’과 ‘패(狽)’ 모두를 ‘이리’라는 동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낭’은 뒷다리 두 개가 없고, ‘패’는 앞다리 두 개가 없는 가상의 동물이다. 따라서 ‘낭’과 ‘패’가 걸을 때에는 ‘패’가 늘 ‘낭’의 등에 앞다리를 걸쳐야 한다. ‘낭’과 ‘패’가 합쳐져야만 걸을 수 있지, 둘이 떨어지면 그 즉시 꼬꾸라진다. ‘낭’과 ‘패’는 심성 면에서도 차이가 있고 한다. ‘낭’은 흉포하고 지모가 부족한 반면, ‘패’는 순하고 꾀가 뛰어나다. 그래서 머리를 써야 하는 일이 생기면 ‘낭’은 언제나 ‘패’의 도움을 받는다. 그런 까닭에 ‘낭’은 기꺼이 ‘패’를 등에 태우고 다닌다.

하지만 ‘낭’과 ‘패’는 서로 도와 공생하다가도 뜻이 맞지 않으면 심각하게 틀어지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낭’과 ‘패’ 모두는 걸을 수도 없고 사냥을 할 수도 없게 된다. 결국 먹을 것이 없으니 꼼짝없이 굶어 죽을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낭’과 ‘패’가 틀어져 둘 다 곤경에 빠져 있는 상태가 ‘낭패’라는 것이다.

국민들이 바른 정치를 하라고 만들어준 여소야대의 정치구조, 행여 ‘낭패’로 이어져 그 폐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올까 벌써부터 걱정스럽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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