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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당선자와 당선인

요즘 헷갈리는 단어가 있다. ‘당선자’와 ‘당선인’이 그것이다. 이번 제20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사람들이 당선사례 현수막을 여기저기 내걸었다. 그런데 누구는 ‘당선인’이고 누구는 ‘당선자’로 썼다. 언론도 헷갈리기는 마찬가지다. 같은 신문인데도 하루는 당선인이고, 하루는 당선자로 표기한다. 국어사전에는 두 단어 모두를 유의어로 같이 쓸 수 있다고는 돼있다. 하지만 우리의 귀에는 당선자가 익숙하게 들린다. 아직도 ‘당선인’이란 단어는 귀에 좀 거슬린다.

‘당선인’이란 단어가 갑자기 등장한 것은 2007년 12월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다. 인수위원회가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에 ‘당선인’으로 돼 있다며 이렇게 부르도록 해 달라고 헌법재판소에 요청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헌법 62조 2항에 ‘당선자’로 되어 있으므로 종전처럼 ‘당선자’라는 용어를 쓰도록 판단을 내렸다. 상위법인 헌법에 ‘당선자’로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당선자’를 ‘당선인’으로 바꾸려면 헌법부터 고쳐야 법률체계가 맞는다는 애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대통력직 인수위원회가 ‘당선인’을 계속 쓴 것은 대통령 당선자에게 용어 상 아첨하고, 다분히 권위적인 발상을 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나아가 ‘당선자’의 ‘자(者)’가 ‘놈 자’라는 한자 훈(訓) 때문에 ‘당선인’의 ‘인(人)’보다 격이 떨어지는 말이라고 생각했을 법하다. 대통령에 당선된 분에게 ‘놈’이라는 뜻을 가진 ‘者’’를 쓸 수 있느냐는 인식에서다. ‘과공이비례(過恭而非禮)’였다.

우리말의 쓰임새에는 ‘ -자’가 그 격을 낮추거나 좋지 않은 뜻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 다르다. 범법자, 피의자, 가해자 따위는 좋지 않은 뜻이지만 학자, 교육자, 합격자, 성직자는 ‘-에 종사하는 사람’이란 뜻으로 격이 높아 의미가 좋다.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헌법에 명시돼 있다. 그렇다고 존중의 의미로 ‘유권자(有權者)’를 ‘유권인(有權人)’으로 쓸 수야 없지 않은가. ‘유권자(者)’가 ‘당선인(人)’을 뽑았다면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헌법대로 ‘당선자’로 통일해 혼란을 없애야 하는 이유다. /이준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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