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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사회]훈육은 체벌이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대략 30년 전 쯤, TV에서는 미국으로 건너간 한인들이 아이를 함부로 대하고 체벌한다며 신고 되어 처벌 받는다는 뉴스가 종종 방영된 적이 있었다. 아이의 체벌에 대해 관대한 우리나라의 유교적 문화가 미국의 아동학대 예방 인식과 만나 벌어진 일들이었다. 그 당시 우리는 대체로 ‘부모가 아이 잘 되라고 훈육 한 것을 가지고 너무하다’는 생각으로 뉴스를 접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수많은 강력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했으며 국민적 인식이 높아지고, 아동학대 특례법도 제정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학교, 학원, 어린이집 등 체벌이 비일비재 하던 곳에서도 점점 체벌이 사라지고 있는 현상이 눈에 띈다. 하지만 아직도 유독 체벌이 없어지지 않은 곳은 ‘가정’이다. 아직도 가정 내에서의 훈육은 단호한 체벌이라는 인식이 팽배하고 있다.

훈육은 사전적 의미로 ‘품성이나 도덕 따위를 가르쳐 기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는 아이가 자라면서 바른 인격을 함양하기 위해 보호자가 가르치는 행동을 의미한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훈육의 수단을 체벌로 규정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훈육이라는 단어에 유독 엄한 회초리를 떠올린다. 이러한 이유는 과거 부모들이 그렇게 자랐기 때문이고, 다른 훈육 방법을 배우거나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잘못했을 때 엄하게 매를 드는 훈육, 즉 체벌을 통한 훈육이 효과적이라면 이를 굳이 막을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현대에 들어선 체벌이 실질적으로는 크게 효과가 없고 악영향이 많다는 것이 많은 연구 논문을 통해 드러났다. 체벌은 몇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로, 체벌은 ‘적절하지 않은 행동을 금지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능동성 보다 수동성을 키운다. 체벌 자체가 ‘안 되는 행동만을’ 따끔하게 알려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체벌 위주로 자란 아이들은 수동성을 띄고 회피적인 성향으로 자라날 가능성이 크다.

체벌의 두 번째 문제점은 아이들의 분노감을 키우는 것이다. 보호자에 대한 분노감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후유증이 크다. 어릴 적 부모에게 호되게 혼난 것은 절대 잊혀지지 않는 것 처럼 체벌은 마음 깊숙이 각인된다. 체벌로 인한 분노는 억압되기 마련인데 이는 성인이 되어서 심각한 정신적 문제로 발현되기도 하며, 폭력성향이 답습으로 자신보다 약한 존재를 괴롭히는 행동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체벌은 면역 효과가 있다. 아이가 자라면서 체벌을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그 효과는 떨어진다. 결국 보호자는 더 큰 체벌을 하게 되며 이는 아동학대로 가는 지름길이다. 2015년 아동학대 주요 현황에 따르면, 아동학대행위자 중 75%이상이 친부모였으며, 아동학대의 가장 큰 원인으로 ‘양육태도 및 방법 부족’이 나타났다고 한다. 결국 부모의 체벌이 아동학대로 변질되는 경우가 제일 많은 것이다.

많은 부모들은 좋은 방향으로 아이를 가르치기 위해 매를 사용한다. 그렇지만 결국 체벌을 통해 훈육을 하는 부모들은 자신도 모르게 아동학대의 씨앗을 키우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모들은 아이의 잘못된 행동 수정을 위해 체벌이라는 방법을 사용할 것이 아니라, 다른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아이들은 미성숙한 존재이기 때문에 모든 일에서 능숙하지 못하고, 어른들이 보기에 버릇없어 보이는 행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잘못을 할 때마다 부모가 훈육이라며 체벌을 한다면, 결과적으로 아이는 실수를 두려워하고 분노를 쌓으며 매를 피하는 거짓말만 키울 뿐이다.

따라서 우리 부모들은 조금 다르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아이의 실수를 체벌의 대상이 아닌 아이의 성장 과정으로 보고, 아이에게 상황을 이해시켜주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지지해 준다면, 훈육은 체벌 없이도 부모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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