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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 중 기러기 부부의 사랑은 유별나다. 자식들만 봐도 그렇다. 3~7개의 알 모두에서 한 아빠의 새끼들만 태어난다. 도요새, 물떼새, 에뮤, 타조처럼 아빠가 제각각인 경우는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특별한 것은 일편단심 평생을 해로 한다는 것이다.

기러기의 부부 금실은 수천㎞ 월동 비행에 나설 때 더욱 빛을 발한다. 비행기간 내내 가족간 엄하게 차례를 지키며, 부부 자식들이 역할을 분담, 앞에서 울면 뒤에서 복창하면서 서로 용기를 북돋우기 때문이다. 이러한 팀워크를 이뤄내는 화목한 가족애 덕분에 기러기는 험준한 산맥을 넘고, 폭풍우를 헤치며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어떠한 어려움도 두렵지 않다는 가족 간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기러기가 혼인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것 도 이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결혼한 부부에게 하늘이 베풀어 준 좋은 인연 즉 천생연분을 맺었다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많은 부부들이 하늘의 뜻에 따라 평생을 같이 한다. 처녀총각이 머리를 쪽 찌고 상투를 틀어 부부가 된 이후에는 아내가 남편에게 의지한 데서 만들어졌다는 혼인(婚姻)이라는 뜻처럼.

하지만 이러한 세태는 점점 고전이 되고 있다. 젊은이들의 이혼율 증가와 함께 ‘중년이혼’이니 ‘황혼이혼’이니 하는 ‘부부이별’이 늘고 있어서다. 프랑스 사상가몽테뉴는 결혼은 조롱(鳥籠)과 같아 ‘안에 있는 새들은 밖으로 나가려고 애를 쓴다’고 했다지만 지금 우리 사회가 이 모양새다.

지난해 ‘황혼부부’의 이혼이 3만3천여 건이다. 우리나라 전체 이혼 28.7%나 차지한다. 중년이혼도 이에 못지않다. 경기도만 보더라고 약 16만 건으로 1980년대에 비해 30배나 늘었다고 한다. 이유도 다양하다. 세속적인 것부터 삶에 파묻혀 잊고 살았던 ‘자신’을 찾아 나서거나 가부장적인 관습이 무너진 사회 분위기까지. 그 중에는 ‘부부간 신뢰 상실’도 적잖은 원인을 제공한다고 한다. 마침 엊그제 부부의 날(21일), 한국인이 가장 못 믿는 사람은 ‘남편’이라는 조사가 나왔다. 결혼 때 전안례(奠雁禮)를 하며 신의, 예의, 절개를 약속했던 가장이 ‘화목한 가정의 적’이라니 씁쓸하다./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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