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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칼럼]‘반기문 대망론’의 조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한국을 방문했다. 올해 말이면 임기가 끝나는 그는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대망론’의 한복판에 서 있다. 4·13 총선 이전부터 여권 주변에서는 반기문 후보설이 계속 나돌았고, 총선 결과 새누리당의 대선 주자들이 추락하여 후보 기근 현상이 빚어지자 그의 출마설은 더욱 힘을 받는 모습이다. 특히 새누리당의 친박계에서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며 반 총장에 대한 우호적인 시선을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다. 김무성이나 유승민 같은 비박계 인물이 여당의 차기 대선 후보가 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고, 어떻게든 친박과 같이 갈 수 있는 인물을 내세워야 한다는 집착의 산물이 반기문 카드이다.

무엇보다 그동안의 대선 주자 여론조사에서 줄곧 지지율 선두를 유지해 왔다는 점에서 반 총장은 큰 강점을 갖고 있다. 한국 최초의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명예는 그를 일약 한국이 낳은 세계적 인물로 부상시켰으며, 그 효과로 좋은 이미지를 유지해왔다. 그래서 반 총장은 여야 진영에 구속되어 있지 않은 무당파층이나 부동층에서 비교적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가 만약 여당의 대선 후보로 나설 경우 기존의 여당 지지층에다가 부동층을 흡수하면 승리를 기대할 수 있다는 셈법이 여당 정치인들에게는 있을 법 하다. 특히 몰락의 위기에 직면했던 친박계로서는 반 총장을 등에 태우고 다시 정권을 잡는다면 지금의 정치적 수세를 일거에 반전시키고 다시 권력을 잡을 수 있다는 꿈을 가질지 모른다.

그러나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과 대선 후보 반기문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우선 반 총장은 정치적으로 전혀 검증받지 않은 인물이다. 그가 과연 대선 후보감으로서의 정치적 능력과 비전을 가졌는지는 처음부터 검증받아야 할 상황이다. 야당과 대결하는 본선 이전에 여당 내에서의 경선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아무리 친박계가 밀어준다 해도 자신의 정치적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대선 후보가 되기는 어렵다. 그가 대선에 뛰어든다면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활동에 대한 평가도 거치게 될 것이다. 최근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반 총장에 대해 실패한 리더라며, “역대 최악의 총장 가운데 한 명”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여당의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해 그가 넘어야 할 산은 무척 험해 보인다.

더욱이 반 총장이 ‘친박 후보’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은 치명적인 한계이다. 여당의 친박이 어떤 세력인가. 오직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만 갖고 정치를 하다가 총선에서 민심의 심판을 받았던 세력이다. 선거에서 심판받았으면서도 여전히 물러나지 않고 여당의 혁신을 가로막고 있는 퇴행적 세력이다. 그래서 지난 총선에 이어 내년 대선에서도 친박 때문에 여당은 필패할 것이라는 우려가 당 안팎에 팽배한 상태이다. 그런 친박계가 자신들의 마땅한 대선 후보감이 없자 반기문 카드에 매력을 느끼고 그에게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반 총장이 아무리 여론조사에서 인기가 있었다 해도 친박의 등에 업혀 대선에 뛰어드는 모양새가 되었을 때, 얘기는 전혀 달라질 수 있다. 반 총장은 미래의 인물이 아니라 과거의 인물로 평가받을 위험이 크다. 정치권 내에 자기 세력기반이 없는 그로서는 자신을 후보로 밀어줄 원군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런데 자신을 돕겠다고 나서는 원군이 하필이면 친박계이다. 호랑이 등에 올라탔는데, 그 호랑이가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이러기도 저러기도 어려운, 반기문의 딜레마이다. 분명한 것은 대권을 잡으려면 누구의 등에 업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힘으로 돌파할 마음을 먹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반기문 대망론의 실체는 아직까지는 안개 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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