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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미스김 라일락

라틴곡 베사메무초(Besame mucho). ‘나에게 키스를 많이 해 주오’라는 뜻이다. 우리에게는 원곡보다 1960년대를 풍미한 국내 번안 가요 1호로 더 친숙하다. 현인이 부른 이 노래엔 다음과 같은 가사가 있다. “베사메 베사메무쵸 리라꽃 향기를 나에게 전해다오.” 원곡에 없는 가사지만, 리라꽃에 얽힌 아픈 사랑이야기를 담았다고 해서 국내에 소개될 때 이렇게 번역됐다.

‘리라’라는 꽃 이름은 푸르스름하다는 뜻의 아라비아어에서 왔다. 이름도 리락(lilak)이었다. 그러던 것이 프랑스로 넘어와 리라(lilas)로 바뀌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라일락(lilac)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고결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상징하는 꽃으로, 또 뛰어난 향기로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면서 영어식 발음이 대중화 됐기 때문이다. 대개 연한 보랏빛을 띠지만 품종에 따라 하얀색, 빨간색, 파란색 등 다채롭다. 이르면 4월부터 피기 시작해 5월까지 이어져 초여름의 길목을 알리는 꽃이다.

‘수수꽃다리’는 라일락의 순수 우리 이름이다. 송이처럼 피어나는 작은 꽃 무더기가 마치 수수이삭 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 붙여졌다. 남쪽 지방에서는 볼 수 없고 평안도 같은 북쪽 지방을 좋아하는 식물이다. 그리고 원래 우리나라에만 분포하는 고유종이다. 조선 말엽, 서양에서 원예용으로 들여온 라일락과는 엄밀히 구분된다.

라일락은 우리와 깊은 인연도 있다. 1947년 미국 군정청 소속의 ‘미더’라는 사람이 북한산 백운대에서 털개회나무의 종자를 가져가 육종에 성공해 원예종을 만들고 자신을 도와주던 한국인 비서의 성을 따서 ‘미스김 라일락’이라 이름 붙여서다. 그 품종이 지금 세계최고의 라일락으로 인기가 높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꽃으로도 단연 최고라는 그 꽃을 우리도 로열티를 주고 역수입하는 실정이다.

한국 토종 수수꽃다리의 개량종인 ‘미스김 라일락’ 수백 그루가 오는 9월쯤 광릉 국립수목원으로 귀향한다. ‘달콤한 첫사랑의 추억’이라는 꽃말처럼 이뤄지지 않을 것 같이 떠나버린 첫사랑이 70년 만에 돌아온다니 반갑다. 몇 년 뒤 수수꽃다리가 필 때쯤이면 한국판 라일락 숲이 돼 있었으면 좋겠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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