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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 더 살아 연변축구팀 응원하고 싶다”

75세 고령 수박할머니, 원정경기때마다 응원 나들이
붉은 물결 주도 ‘짠한 풍경선’… 슈퍼축구팬 존경받아

 

1997년(최종성적 갑A 4등) 11월, 연변홈장에 장항군이란 도문 석현의 사나이가 나타나 추운 날씨에도 웃통을 벗고 트랙밖을 질주하더니 지난해(최종성적 갑급 우승) 6월에는 ‘수박할머니(사진)’로 명명된 슈퍼축구팬이 나타나 연변팀에 퇴직금 1천원을 쾌척한 사적이 전해지면서 중국 전체가 감동으로 설레이게 되였다. 또한 앞을 잘 못 보는 리애신 소경할머니의 갸륵한 소행(선수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싶다며 거금 쾌척)은 ‘축구의 고향’ 연변의 이미지를 또 한번 부각하기도 했다. 연변에서만 나타날수 있는 ‘연변현상’이고 연변만의 ‘짠한 풍경선’이다.

지난 20일, ‘수박할머니’를 모신 연변의 원정응원단과 함께 취재길에 올랐다. 100여명이 넘는 팬들이 ‘연변부덕호’ 전용렬차를 타고 호매롭게 진황도로 향발했다. 축구로 뭉친 이네들은 연변팀 이야기에 시간 가는줄 몰랐고 얼굴을 모르다가도 맥주잔을 부딪치며 금세 친구가 되여갔다. 가장 나이가 어린 5주세 반의 녀자아이와 75세 고령의 ‘수박할머니’는 이네들속에서 ‘보호동물’이다. 한명은 씩씩한 연변축구팬 꿈나무여서 귀여움을 받았고 한명은 연변축구팬협회 고원철 명예회장의 우스개말처럼 ‘축구치매’가 온 슈퍼축구팬이여서 존경을 받았다. 직위고하, 남녀로소, 민족차별을 불문하고 연변축구로 인연이 닿은 ‘형제’들은 연변부덕축구구락부가 무료로 제공한 맥주, 음식들로 원정나들이의 기쁨을 더했다.

“기자량반, 언젠가 수도 북경에 가서도 한번 응원해보고싶수다. 딱 10년만 더 살아 연변팀의 경기를 보면 얼마나 좋겠수.”

‘수박할머니’의 소원은 너무 간절했고 페부에서 흘러나오는 마디마디 말들은 가슴을 적셨다. 할머니는 령감을 일찍 저세상에 보내고 혈혈단신이다. 아들놈 하나 있지만 련락이 안 닿은지도 꽤 오래된다고 한다. 세집에서 홀로 살고있는 불쌍한 로인네였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의 상황은 속속 꿰고있었으며 지난해 우리 팀에서 누가 몇꼴 넣었는지, 우리의 영웅 지문일선수가 꼴 몇개밖에 먹지 않았는지 등은 줄줄 외우고있었다. 연변축구팬협회 전문인원이 로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챙기는 가슴 짠한 모습은 쭉 이어졌다.

22일 오후 4시, 진황도올림픽쎈터 축구경기장 북쪽 문어구에는 ‘붉은 물결’로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각 지역에서 모여드는 팬들의 수량이 어마어마하다. 장백호랑이축구팬클럽, 불꽃축구팬클럽, 연변축구팬협회 젊은이들이 주축이 돼 응원을 이끈다. 화하행복구단측의 배치대로 원정 지정석에 입장하자 대오는 금세 1000여명으로 불어났다.

“승리한다, 연변~” 이들이 웨치는 응원소리는 감독진, 선수단에 용기와 힘으로 다가간다. 져도, 이겨도 이들은 내 팀과 내 형제이다. 그저 응원만 해도 좋기만 한 이네들이다. 바쁜 사업, 바쁜 일정 다 미뤄던지고 원정에 나서는 이들의 속마음은 도대체 뭘가? 천진에서 달려온듯한 축구팬이 말한다.

“연변팀은 우리에게 고향 같은 존재입니다. 힘들다가도 연변팀의 어엿한 모습을 보게 되면 힘이 막 솟구쳐요.”

연변의 ‘짠한 풍경선’이 그 어델 가도 이어지고있는 이 현실에 연변축구의 저력이 함재돼있는건 아닐가. 참으로 우리 팬들에게 경의가 간다!

/글·사진=리영수·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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