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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나무뿌리도 그의 손을 거치면 조각품이 된다

나무뿌리조각가 황호림 씨
앞뜰에서 조각품 만들기 온힘
전통가옥민간장인 칭호 얻어

 

늙고, 지치고, 그래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을 그제날 우리만의 전통가옥이 춘흥마을의 황호림조각가(1967년생)의 예술적인 감성과 세밀함으로 다시 태여났다. 시간의 켜를 그대로 담은 나무골조사이로 눈부신 빛이 비처럼 쏟아졌다. 키가 작은 낡은 담벽을 지나면 돌담 건너 장독대가 아기자기 놓여있고 시선을 돌리니 운치가 있는 정자가 보인다. 정자에 올라앉으니 물과 해살이 련애하는 풍경과 방안의 샘물이 다시 낮은데로 흘러 물고기들의 락원이 되는 ‘못’을 본다. 그리고 팔이 겨우 닿는 정원의 버드나무는 굳건히 이 오복재를 지키고있다.

18일, 황호림조각가의 사랑채로 들어섰다. 민속놀이를 담은 벽화에서, 전통가옥의 정자살창호에서, 방안의 쌀함박이며 장농들에서 옛것의 정겨움을 느낄수 있었다. 이는 우리의 옛 세대들이 살아온 삶의 궤적이자 부호들이고,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보노라면 그 존재 자체로도 미학적인 아름다움과 선조들의 굉장한 지혜가 담겨져있음을 느끼게 된다.

“얼른 들어와서 저 바가지로 샘치물을 떠마시오, 날도 더운데….”

오복산에서 흐르는 샘물이 방안의 경이로운 바위 사이에서 쉬지 않고 흐르다니! 놀랄만하다.

나무뿌리조각가 황호림씨가 이러한 깨끗한 자연숲속에 가옥을 지은데에는 그럴만한 사연이 있다. 2000년 안해의 갑상선암이라는 진단이였다. 그는 이를 숨기고서 무작정 안해를 데리고 공기가 좋은 이곳에 정착해 2005년에 가옥터 선정에 대한 수많은 고심끝에 1년이 넘는 시간을 들여 지은것이란다.
 

 

 


17살적부터 나무로 민속공예를 조각하는것에 흥취를 느낀 황호림씨는 현재 민속에 대한 애착이 더 확고해졌다. 그는 ‘꿈의 혼’과 ‘늙은 독수리’ 등 나무뿌리조각 작품들로 시급과 주급의 20여차례의 상장과 ‘연변조선족전통가옥민간장인’칭호를 거머쥐고 ‘조선족전통가옥건축기예’에서 대표적인 전승인으로 명명되였으며 ‘오복재’는 ‘중국조선족민간민속박물관’으로 명명되기도 하였는가 하면 성급 무형문화재 조선족전통가옥 건축기예로 선정되였다.

한점 또 한점의 크고 작은 작품들을 완성할 때면 최상의 그 한조각에 남모를 희열을 느낀다는 황호림씨, 민속공예품이거나 민속장식의 주문요구가 들어올적마다 설계도를 그리는 일까지도 설레인단다.

“우리 민족의 특성을 살리는 일인데 흐뭇하죠. 이런 집 한집이라도 더 많아지는것이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앞뜰에서는 나무뿌리들의 열병식이 한창이다. 하나하나의 조각이 모두 그의 세심한 두손을 거쳐 약동하는 생명이 부여된다. 또 그러한 조각들이 모여 30년 동안 한 우물을 판 한 조각가의 인생과 그에 숨겨진 예술이 완성된다. 순수함과 수수함은 이렇듯 초연함과 고고함이 된다.

‘호림석고헌’에서 나오니 장승들이 나를 배웅하였다. 길어구 량옆의 장승들, 그들은 또 누굴 기다려 고개를 내미는것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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