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창룡문]슬픈 바다의 날

우리의 조선업과 항해술이 얼마나 발달해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유적이 국보 285호 ‘반구대 암각화’다. 약 8000년 전 것으로 추정되는 가로 10m, 높이 4m 크기의 암각화에는 향유고래, 참고래, 혹등고래 등 큰 고래가 46마리나 그려져 있고 7점의 집단 포경선과 20여 명의 어부를 태운 대형선도 새겨져 있어서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고래를 잡기 위해 협동어업을 하며 작살과 부구, 낚싯줄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바다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우리 조상들의 기상을 엿볼 수 있는 유적이 아닐 수 없다.

예부터 해양강국이던 우리나라는 ‘해상왕’이라는 걸출한 글로벌 리더도 배출했다. 신라시대 때 우리의 남쪽 바다를 통해 동북아시아 바다를 지배했던 장보고(張保皐)가 바로 그다. 지금의 완도 부근의 한 섬에서 미천한 신분으로 태어난 그는 당나라에 건너가 군인이 된 인물이다. 그리고 뛰어난 능력을 발휘, 영웅적인 인물로 평가 받는 무장(武將)으로 출세했다. 당대의 최고 시인 두보(杜甫)가 ‘인의와 덕을 지닌 의인’이라 했을 정도다.

신라 흥덕왕 3년(828) 당나라에서 금의환향한 그는 고향 완도에 군사 기지인 청해진을 설치하고 한반도 주변 바다에 출몰하는 왜구를 섬멸하기 시작했다. 아울러 중국, 일본 사이에서 해상 무역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해적을 소탕하고 국가 간 무역을 장려함으로써 동북아 해상을 사실상 지배한 것이다. 덕분에 아라비아와 페르시아 상인들과의 교류에도 크게 기여했다. 해상왕국의 질서를 지키며, 해양무역 기능을 발휘하게 만들기 위해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한 그를 두고 미국의 경제학자인 랴이샤워는 ‘상업 제국을 건설한 위대한 무역왕’으로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오늘(31일)은 장보고가 완도에 청해진을 설치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1996년 제정한 ‘바다의 날’이다. 우리나라 해양산업의 미래를 위해 제정된 날이기도 하다. 그러나 예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그동안 세계 최고의 해양조선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최대 조선 강국으로 자리 매김한 한국 조선 산업이 파산 위기에 몰렸기 때문이다. ‘자만은 파국을 불러온다’는 교훈이 새삼 생각나는 오늘이다.

/정준성 주필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