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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로 열을 조절하는 것을 잊고 과열시키다 밀도 높은 공기층이 생겼고, 그 덕분에 물에 뜨는 비누가 탄생했다. 연매출 100조 원의 세계 1위 생활용품 기업 P&G의 효자 우윳빛 ‘아이보리 비누’ 얘기다. 이처럼 우연한 발견을 세렌디피티(serendipity)라고 부른다. ‘굿 이어’가 황을 녹이다 실수로 고무 위에 쏟은 덕분에 타이어를 만든 것이나 ‘플레밍’이 배양 실험을 하다가 푸른곰팡이를 잘못 넣는 바람에 페니실린을 발견한 것도 같은 예다.

접착제에 관한한 혁명을 일으켰다는 ‘포스트잇(Post-It)’ 역시 세렌디피티의 대표적 산물이다. 1970년 미국 3M사 연구원인 스펜서 실버는 강력 접착제를 개발하려다 실수로 접착력이 약하고 끈적거리지 않는 이상한 접착제를 만들게 됐다. 그는 이 실패한 접착제를 사내 세미나에서 알렸다. 그러자 동료 직원 아서 프라이가 이 접착제를 사용할 수 있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내놨다. 교회의 성가 대원이었던 그는 찬양을 부를 곡에 서표를 끼워놓곤 했는데 이것이 떨어져서 당황하던 경험을 살려 실패한 접착제를 이용, 붙였다 뗐다 할 수 있는 서표를 만든 것이다. 그것이 모태가 돼 탄생한 것이 접착화학의 최고 걸작이라는 지금의 ‘포스트잇’이다.

잘 달라붙지만 또 쉽게 떼어낼 수 있고, 수없이 여러 번 재사용이 가능한 ‘포스트잇’은 메모지 기능뿐 아니라 예술작품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의사 표시 수단으로도 이용되기도 한다. 얼마 전 외신엔 이와 관련된 토픽도 전해졌다. 미국 뉴욕 허드슨 거리에 마주보고 있는 두 건물에 입주해 있는 두 광고회사가 서로의 창문에 ‘포스트잇’으로 누가 더 화려하고 멋진 이미지를 만드는지 경쟁이 붙었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자국을 남기지 않고 뗐다 붙였다를 자유롭게 할 수 있어 모니터나 책상 주변에서 많이 보던 다양한 색상의 ‘포스트잇’이 최근 새로운 추모 도구로 등장했다. 강남 화장실 살인사건 현장을 비롯한 스크린도어 사고가 난 구의역 등지에 희생자를 추모하는 ‘포스트잇’으로 뒤덮여서다. 공감의 마음을 전하는 ‘포스트잇’. 그곳에 담긴 소망들이 이루어지길 기원해 본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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