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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사회]본질을 왜곡한 보도 지양해야

 

지난달 17일 강남역 공중화장실에서 여성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는 한 시간 동안 그 화장실에서 여성을 살해할 목적으로 ‘여자’가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그 한 시간 동안 여섯 명의 남성들이 그 화장실을 이용하였으며, 화장실을 이용한 남성들은 아무 일 없이 화장실을 나왔다. 그 후 첫 번째로 화장실을 이용한 여성이 살해당했다. 이 사건으로 여성들은 ‘그 시각 그 자리에 없었기 때문에, 나는 우연히 살아남았다’는 이유로 피해를 입은 여성의 죽음을 애도하고 추모하기 위해 스스로 강남역 10번 출구에 모였다.

그러나 경찰은 가해자를 정신질환자인 ‘조현병’에 의한 ‘묻지마 범죄’로 결론내리고 사건을 마무리 하였다. 그러면서 언론 또한 ‘묻지마 살인’으로 보도가 되었으며, 언론은 가해자가 정신질환자라는 사실을 부각시켰다. 또한 얼마 전 흑산도에서 일어난 ‘여교사 성폭력사건’이 일어나자 한 언론은 ‘왜 이 사건에 대해서 여성단체들이나 정치인들이 조용한지’ 물었다. 이 물음에 ‘과연 여성단체들이 여성폭력에 관해서 조용하게 있었던 적이 있었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강남역 사건과 관련해서 연일 쏟아지는 보도들을 접하면서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특히 성을 기반한 폭력인 여성폭력 문제를 다루는 언론사들의 젠더의식이 얼마나 부재한지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도리어 묻고 싶다. 강남역에 여성들이 왜 모였을까? 왜 여성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드러내게 되었을까? 그리고 언론은 국민들에게 알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는가? 2013년 경찰청 범죄통계를 보면 강력 범죄에서 흉악 범죄의 피해자 85%가 여성이라는 사실 그리고 한국여성의전화에서 발표한 ‘2015년 분노게이지’를 보면 ‘2015년 한 해 동안 언론에 보도된 사건 중 남자친구나 남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게 살해당하거나 목숨을 잃은 여성은 최소 91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성단체들은 현장에서 많은 이야기들을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다. 그들에게는 그 목소리는 왜 들리지 않는 것일까?

여성폭력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헤드라인은 타인에게 끔찍한 피해를 준 가해자보다는 피해 ‘여성’을 부각시키는 성적대상으로 등장시켜 클릭 수를 올리는데 이용해왔다. 이번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만 보더라도 언론은 ‘여자들이 나를 무시해서’라는 가해자의 말을 초기에 보도 제목에 그대로 실었다. 그리고 ‘목사를 꿈꾸던 신학생’ 등의 제목을 사용하여 가해자의 미래 즉, ‘어쩌다가’ 저런 지경에 이르렀는지에 대한 동정론으로 몰아가는 듯한 내용으로 보도를 하였다. 5월21일 강남역 추모집회 현장에서 언론중재위원회에 성평등 관련 시정권고 심의기준 제정을 요구하는 서명이 이루어졌다. 더 이상의 젠더의식이 부재한 언론의 보도행태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시민들이 직접 선언한 셈이다.

피해의 경험을 드러내지 못하고 침묵을 하게 하는 것은 사회적인 구조때문인 것이다. 하지만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는 여성 스스로 이 문제를 침묵하지 않고 수동적인 방관자로 남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지난 26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 관련 긴급 집담회-대한민국 젠더폭력의 현주소’에서 이나영 교수는 ‘강남역 사건’을 여성을 대상으로 한 혐오 범죄 혹은 증오 범죄(hate crime)이자 ‘여성살해 범죄(femicide)’임을 강조하였다.

이에 본 필자 역시 ‘강남역살해 사건은 분명한 ‘여성혐오’ 범죄라고 본다. 이 사건의 본질은 가해자가 한 시간을 기다린 것은 ‘여성’이었다는 것이다. 즉 ‘여성’을 특정 대상화하여 살해를 했다는 것에 언론은 주목을 해야할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내놓는 정책에 대해서 또 다른 차별로 이어지지 않도록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여 보도 하지 말고 사회적 정의를 위한 책임있는 보도를 해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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