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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의 世上萬事]개헌(改憲)이 그리 시급한가?

 

정치권이 개헌 논의에 또 불을 지피고 있다. 개헌문제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총선이나 지방선거 또는 대통령선거가 끝나면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그동안 개헌에 반대했던 정세균 국회의장은 취임 일성에서 “개헌은 더 이상 논의 대상이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며 “가능하면 20대 국회 전반기에 추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윤근 신임 국회 사무총장도 “내년 1월 개헌안을 발의해 4월에 국민투표를 하자”고 제안했다. 헌법학자 출신인 정종섭 의원도 연내 개헌 논의를 완료해야 한다는 데 힘을 실었다. 여기에 남경필 경기지사와 김관용 경북지사 등 광역단체장까지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우 총장은 특히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30여년이 흘렀고 국회의원의 40~50%가 늘 교체되지만, 국회가 전혀 나아지지 않은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사람을 바꾸는 것은 한계에 봉착했고 제왕적 대통령제가 가진 폐단도 그동안 너무 많이 노정됐다”며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19일 한 언론사의 조사결과에서도 국회의원 300명 중 250명(83.3%)이 개헌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헌을 추진할 경우 권력구조 개편 방향에 대해서는 개헌 찬성의원 중 46.8%(117명)가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지지했다. 분권형 대통령제를 택한 의원은 24.4%(61명), 의원내각제를 선호한다는 의원이 14%(35명)였다. 개헌 시기는 ‘내년 대선 전에 개헌을 완료해야 한다’는 의견이 47.6%(119명), ‘대선 공약과 연계해 차기 정부가 개헌해야 한다’는 응답이 41.2%(103명)로 팽팽하게 맞섰다. 지난 15일 리얼미터가 국민들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9.8%가 개헌에 공감한다고 말했고,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12.5%에 불과했다. 국회의원들과 마찬가지로 국민 41%도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헌법도 시대가 변함에 따라 개정해야 하는 것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헌법은 국가운영 원리와 국민 기본권 보장에 관한 근본 규범이어서 이를 바꾸는 것을 서둘러서는 안 된다. 특히 개헌논의의 중심에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꿔보자는 의도가 담겨있듯이 자칫 권력구조 개편에 치우칠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다. 게다가 이 사회에서 가장 불신을 받고 있는 집단인 국회 중심으로 자가발전하듯이 개헌논의가 이뤄지는 것도 큰 문제다. 물론 국회가 입법기관이기는 하지만 국민적 공감대를 먼저 확인한 뒤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밟는 게 우선이다. 그런 점에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개헌논의를 겨냥해 “여의도에서 ‘그들만의 리그’로 하는 논의는 별 의미가 없다”고 지적한 말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다.

여소야대의 20대 국회가 이제 막 정상화됐다. 원 구성을 하는데 한번도 제대로 법을 지키지 못한 채 지각 개원하는 국회다. 지난 국회에서 자동폐기된 법안만 1만 건에 이른다. 미루었던 민생 법안처리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제활성화 법안들을 만들고 통과시키기에 주력해도 벅차다. 게다가 여소야대의 국회다. 개헌 논의로 국가 역량과 국론을 분산시킬 경우 또 다른 경제의 블랙홀을 유발시킬 수 있다. 헌법이 고쳐지지 않아서, 대통령의 권한이 너무 커서 국회의원들이 제대로 일을 못했던 것은 아니지 않은가. 몇 달씩이나 국회를 공전시키고 정파싸움에만 몰두하면서 오히려 ‘제왕적 대통령’보다 더 ‘제왕적 권력’을 누리는 사람, 우리 사회에서 상위 1%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 사람이 국회의원이다. 개헌논의에 앞서 불체포 특권과 면책 특권 등 수 백가지의 특권이나 내려놓는다면 국민들이 수긍할지 모르겠다.

아직은 개헌이 당장 시급한 게 아니다. 대통령의 임기가 1년6개월이나 남은 시점에서 벌써부터 차기 대통령 감을 논하는 것도 너무 이르다. 지금은 치솟는 전월세에 시름하는 서민과, 대학을 나와도 일자리가 없어 시급 만원도 채 안 되는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청년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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