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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지역축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전라남도 순천시에서 처음 정원박람회를 개최할 계획으로 알려졌을 때, 기막힌 축제 ‘아이템’이라고 생각했다. 순천은 천혜의 갈대습지공원을 갖고 있는 지역의 장점이 있었고, 자연 속의 정원이라는 것은 더 유지하고 보수하면 세월 흘러 갈수록 섬세한 운영이 가능하고, 자연이라는 것은 가꾸면 가꿀수써 보존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축제 아이템으로서는 그 이상 능가할 수 있는 것이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스쳐갔다. 지속발전 가능한 지역 브랜드로서의 축제라는 생각이었다.

일본 후쿠오카현의 남쪽에 위치한 작은 마을 야나가와(柳川)은 물의 고향이다. 그 수로의 역사는 오래되었지만 도시화와 근대화의 물결 속에 개천을 폐쇄해 매립지를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과거의 아름다웠던 개천을 기억하는 지역민들은 ‘전통적 문화도시 환경지구정비사업’을 통해 이 지역을 관광열차와 뱃놀이 그리고 지역 특산 명품요리인 장어덮밥과 결합된 문화 상품을 만들어냈다. 민관이 하나가 된 지역의 집단지성들이 발상 전환을 통해 이루어낸, 야냐가와는 ‘시대와 계절을 즐기는 여행’이라는 지역 대표 문화상품을 만들어낸 것이다. 지역에서 대표되는 특별한 브랜드로 내세울 만한 것이 없던 이곳에서는, 이러한 아름다운 수로와 주변의 서정을 통해 그 자체가 귀중한 지역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낸 것이다. 지역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찾아내어 그것을 지역 정체성과 결합된 지역 문화의 자본으로 만들어낸 것은 ‘집단지성’들의 힘이었다.

현재 한국에는 1천800개의 지역축제들이 연중 개최되고 있다. 특히 매년 가을 10월에는 전국이 지역축제로 가득하다. 축제 전문가들의 전망에 의하면, 국가 총생산과 국민소득이 높아짐에 따라 축제의 숫자는 감소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증가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렇게 지역축제의 증가가 계속되는 것은 지방분권에 따른 지역경쟁과 그 지역문화의 정체성을 발현하는데 있어서 축제만큼 그 활용도가 높은 것이 없을 뿐 아니라, 또한 지역민들이 참여를 유도하고 같이 그 축제를 즐김으로써 느끼는 지역민들의 문화 민주주의에 대한 욕구의 확장성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지역축제 미래에 대한 비전의 중장기성을 가지고 발전, 육성을 시키는 경우는 아직 미흡해 보인다. 또한 민관 협치에 대한 인식의 차이와 함께 지역의 축제 이해관계자들의 시각차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그래서 그 성과의 조급성 때문에 지역의 문화 정체성보다는 대중의 인지도가 높은 인기가수나 배우들을 통해 전혀 축제의 주제와는 다른 축제 프로그램을 배치해 관객 동원의 가시적인 성과를 높이고자 한다. 그래서 늘 그 일회성에 대해서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지역축제 그 부분을 탈피하고 지역축제 고유한 정체성을 보여주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음은 피부로 느끼고 있으나, 아직도 지역의 대표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축제를 방문할 때도 간혹 볼 수 있는 모습들이다.

미국의 축제 기획 전문가인 데이비드 빈더는 축제에 대해 “축제는 다양성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축제는 지역사회 소통의 장이며, 창의성을 높여가는 것이며, 주민의 자긍심을 불어 넣어 주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축제는 지역을 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다”라고 했다.

‘주민의 자긍심을 불어 넣어 주는 기회’ 그런 의미에서도 지역 정체성을 바탕으로 지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 육성하는 것은 지역축제 미래 방향성의 근간이다. 지역축제의 토대는 지역의 풍토와 환경에 맞는 말 그대로의, 지역 정서와 궁합이 적합한 축제문화 콘텐츠의 개발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축제 콘텐츠를 초청하면 아마도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고 매스컴에서 화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역의 문화정서와 맞지 않아서 자칫 지역민들과는 괴리감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주목받을만한 탁월한 문화 콘텐츠인 동시에 대다수의 지역민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축제 콘텐츠라면 화제성과 주목성 그리고 지역민들의 정서와 부합된 탁월한 콘텐츠로서 동시에 그 목표를 달성할 수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지역민의 수준과 관심사, 생활환경 등등에 대한 철저한 빅데이터 검토와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지역축제가 단순, 백화점 스타일의 콘텐츠 나열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지역에서의 좋은 축제는 그것을 즐기는 일차 대상자인 지역민들의 공감대를 근간으로 한, 지역의 문화자본과 그 문화 환경 바탕 위에 기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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