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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김영란법과 내수(內需)

뇌물은 선물에서 유래됐다고 하지만 둘을 구별하기란 쉽지 않다. 선물과 뇌물 모두 인류역사와 함께 시작됐고 성격을 규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영어로 뇌물은 ‘브라이브(bribe)’다. 미국 연방법원 판사를 지낸 존 누난은 자신의 저서 ‘뇌물의 역사’에서 적은 것처럼 ‘브라이브’는 원래 자선이나 자비심을 베풀 때 쓰는 선의의 물건을 일컫던 말이어서 더욱 그렇다. 영국에서는 뇌물을 ‘해트(hat)’라고도 한다. ‘집에 가다가 모자나 사서 쓰라’며 공무원들에게 푼돈을 쥐여 주던 관습에서 생겨났다. 우리도 ‘명절에 떡이나 사 먹으라’는 의미의 ‘떡값’이란 게 있다. 이도 역시 뇌물을 뜻한다. 촌지(寸志)도 비슷한 말이다. 당초 촌심(寸心) 또는 마음이 담긴 작은 선물 이라했지만 떡값과 같은 의미로 통한다. 정성을 드러내기 위해 건네는 돈이라 흔히 선생이나 기자에게 주는 것이 통례다. 모두 대가성이 있는 것이라 선물보다는 뇌물이라는데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뇌물의 역사는 고대 이집트에서 공정한 재판을 왜곡한다며 단속했을 정도로 매우 오래됐다. 우리나라도 신라의 김춘추가 고구려의 연개소문에게 억류됐다가 푸른색 베를 뇌물로 주고 풀려났다는 얘기부터 고려 조선시대 왕의 외척이나 지방 탐관오리들이 매관매직을 하면서 뇌물을 받았다는 얘기는 숱하게 나온다.

예전에는 고기나 쌀 같은 음식이 주로 사용됐던 뇌물은 공여 방법과 종류에 있어서 바둑판의 수 많큼 진화한 것이 요즘이다. 그래서 뇌물을 매개로한 비정상적인 접대문화와 부정청탁의 고리를 끊자는 취지에서 입법된 것이 이른 바 ‘김영란법’이다. 하지만 시행 3개월을 앞두고 뇌물규제 항목에서 농축수산물을 제외해야 한다는 요구가 최근 다시 확산되고 있다. 난(蘭)과 화환을 포함한 농축수산물의 선물 허용 가액인 5만원과 음식물 허용 가액 3만원이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가뜩이나 어려운 내수가 침체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게 이유다. 사회적 합의안을 쉽게 바꾸긴 그렇지만, ‘브렉시트’로 인한 세계 경제가 요동치는 작금의 현실을 감안한다면 여야가 다시 머리를 맞대는 것도 국민을 위한 일 아닌지.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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